국내 도입 10년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채인호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
2020.10.27 16:3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심장 판막이 노화돼 발생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약물 치료가 통하지 않아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열고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만 시행됐지만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고 인공 심장판막을 넣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도입 후 최소침습적 시술이 가능해졌다. TAVI는 기저질환과 고령으로 SAVR 수술이 어려운 고위험군 환자도 받을 수 있으며 시술 시간과 회복 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0년 전(前)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사피엔(Sapien)이 도입돼 첫 시술이 시행된 이후 TAVI 우수성이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개흉 수술이 불가한 고위험군 환자만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패러다임 변화로 최적의 치료를 위해서는 급여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심장질환자들에게 최신 시술 혜택을 폭넓게 제공할 수 있다. 데일리메디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채인호 교수(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를 만나 최근 TAVI 시술 경향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편집자주]

Q. 국내 TAVI 시술 역사는 어느 정도이며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
TAVI가 국내에 본격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안전성은 입증된 상황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성만 증명된다면 모든 환자군에서 TAVI가 가능한 환자는 TAVI를 시행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치료 예후를 보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주 심각한 대동맥판막 협착증 증상이 있는 환자 내에서 TAVI 시술을 고민했다. 왜냐하면 연구 결과 무증상 환자의 사망률이 굉장히 높았다. 때문에 무증상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도 미리 치료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TAVI 시술 건수가 적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필요한 환자들에게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인해 숨이 차거나 어지러운 증상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환자도 본인 증상을 인식해야 하고, 환자를 보는 의료진도 인식해야 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환자들에게 질환 교육을 통해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의료진들은 그런 경우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의심해 환자가 잘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보다 많은 환자들 혜택 위해 급여 확대 시급"
"흉부외과학회와 고위험군 환자 대상 건보 혜택 부여 고심"
"미국 FDA에서 저위험군 환자에 TAVI 시술 가능토록 적응증 넓혀"
"환자들에게 피해 적은 Low Profile 개발 희망" 
 
Q. 학회에서도 TAVI의 급여 확대에 관심이 있는지
대한심혈관중재학회에서 흉부외과학회와 논의, 고위험군 환자 대상 건강보험 급여 혜택 확대를 고민 중이다. 일반적인 중증 질환에서 환자 부담율이 5% 정도인데, 대동맥판막 협착증 역시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TAVI의 환자 부담율이 80%에 달한다. 특히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군 환자는 치료방법이 TAVI 뿐이기 때문에 이런 환자는 TAVI 수가를 SAVR과 똑같이 맞춰줘야 한다.
TAVI를 이미 알고 병원에 찾아온 환자들은 어느정도 가격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지만 처음 진단받아 TAVI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 들은 환자 중 2/3 정도는 가격 때문에 망설이거나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수술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환자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국내 TAVI 시술에 사용되는 인공심장 판막 제품 간 차이는
장비 자체의 시술 성적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우수하다. 국내 첫 시술에 쓰인 장비를 도입했던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제품 같은 경우 풍선확장형이기 때문에 훨씬 사용자 친화적이고 시술을 간편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풍선확장형의 장점은 자가확장형에 비해 사이즈 조절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자가확장형은 크기가 정해져 있고 계속 팽창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페이스메이커의 전기줄이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Q. 앞서 무증상 환자에 대해 언급했는데 저위험군에서도 TAVI가 효과적인지 궁금
TAVI를 시행하는 환자군을 넓히는 것이 최근 논쟁 사안 중 하나다. 환자 범위를 넓혀 수술 중간 위험군과 저위험군을 대상으로 했을 때 TAVI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을 진행한 결과, TAVI가 오히려 SAVR을 시행했을 때 보다 치료 성적이 좋았다.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사피엔 제품의 경우 수술 고위험군 뿐만 아니라 저위험군 환자 대상으로도 SAVR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 FDA에서 저위험군에서도 TAVI 시술이 가능토록 적응증 확대를 승인했다. 또한 사피엔으로 TAVI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 이후 추가 치료에 소비하는 비용도 줄어 SAVR 대비 환자의 삶의 질 및 비용 효과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Q. 현재 TAVI에 사용되는 인공 심장판막이 3세대까지 진화됐다. 앞으로 개선될 부분이 있다면
환자들에게 피해를 적게 주는 ‘Low-Profile 디바이스’가 개발됐으면 좋겠다. 뇌졸중을 줄이기 위한 방어(Protection) 장비가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카테터 삽입 시 꼬불꼬불한 대동맥 벽에 손상이 가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 이 같은 위험을 줄여 환자에게 보다 안전한 시술을 시행했으면 한다. 현재 대다수 대형병원에서 수준 높은 TAVI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는데 실제 시술 건수는 인구 대비 숫자로 따지면 외국에 비해 굉장히 적다.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진료 환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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