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클리닉 개소하고 인공지능(AI)으로 고위험군 선별'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장
2020.12.17 11:5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염증성장질환은 장(腸) 내 만성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염증성장질환에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있다. 희귀질환이며 명확한 발병기전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근 10년간 증가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2012년 4만4천명에서 2016년 5만6천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특히 정기적인 건강검진에 소홀하기 쉬운 젊은 환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염증성장질환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진들은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진단을 받고 곧 적극적인 약물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의료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 대장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한 대장내시경의 환자 편의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의료기관의 환자관리체계도 선진국 모델을 도입해 점점 발전해나가고 있다.


국내 장(腸) 질환 권위자인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사진]으로부터 염증성장질환의 진단 및 치료, 예방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 최신 의료서비스에 대해 들어봤다.

선진국형 전문클리닉 오픈···전문간호사 24시간 관리 체제


염증성장질환에 일찍이 관심을 가진 의료기관으로는 강북삼성병원이 있다. 병원은 지난 2018년 이 질환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염증성장질환센터’를 개소했다.
 

초대 센터장을 맡은 박동일 센터장은 “희귀난치질환으로 분류되는 염증성장질환은 장을 비롯해 전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학제적 진료가 중요하다”며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어떤 환자가 찾아오더라도 일정한 의료서비스 질(質)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개소한 센터는 소화기내과를 중심으로 외과, 류마티스내과, 안과, 피부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교수들이 모여 협력 진료를 시행한다.
 

상담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핫라인, 전용 SNS채널를 운영하며 환자와 소통한다. 별도로 꾸려진 영양팀은 장 질환 환자를 위한 식단을 관리한다.
 

특히 염증성장질환(IBD) 전문 간호사가 상주하며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박 센터장은 “센터 설립 전 많은 유럽이나 미국의 센터를 견학하고 참고했다”며 “전문간호사가 상주해 24시간 환자와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이 가장 차별화된 지점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설립 초기부터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툴(Tool)을 고민했다. 현재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의료진들이 환자와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심야에 갑작스럽게 증세가 악화되어도 IBD 전문간호사에게 즉각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진료교수 뿐만 아니라 상담간호사, 전문간호사, 영양사가 협력하고 있는데 어느 역할 하나 빠짐없이 중요하다”며 “매뉴얼에 따라 각 역할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와도 일정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담스런 대장내시경, 알약형 장정결제로 환자 편의성 높여

장질환 전문센터(클리닉)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대장내시경이다. 평소 장(腸)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검사다.
 

현재 국가에서 진행하는 대장암 검진은 만 50세 이상이 대상이다. 하지만 대장암등 주요 장질환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면서 만 45세로 조정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검진대상 연령 이전에도 혈변이나 배변습관 문제가 발생하면 대장내시경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대장내시경은 수검자 부담이 매우 큰 검사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4L짜리 물약을 마시고 추가로 더 물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약제제 발전으로 이러한 환자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
 

박 센터장은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가장 고통스런 과정이 장을 청소하는 것인데, 요즘은 약이 많이 좋아져 필요한 복용량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수 년 전에는 2L짜리 물약이 개발되더니,  이걸 또 1L로 줄인 액상제제가 나왔다. 환자들 부담이 상당히 경감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끈끈한 제형과 역한 맛 때문에 액상타입의 장정결제를 자체를 불편해하는 환자들도 많은데 최근에는 알약 타입의 장정결제도 나왔다. 우리 병원을 포함해 대학병원 8곳에서 허가임상을 실시했는데 기존 제제와 비교해 효과가 뒤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알약형 장정결제로는 포스페이트(Phosphate) 성분의 제제가 있었다. 하지만 신부전증 부작용이 관찰돼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다. 현재 사용되는 제제는 소듐설페이트(Sodium Sulfate) 성분의 제제다. 대표적인 알약형 장정결제로는 '오라팡'이 있다. 물론 이같은 알약형 제제도 물을 1L정도 복용해야 한다.
 

박 센터장은 “물론 환자에 따라 액상제제를 선호하기도 한다”며 “시판된 액상제제도 맛과 복용량이 천차만별로 개인 기호에 따라 잘 맞는 약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장질환클리닉에선 환자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제제를 선택하게 한다”며 “환자의 동반질환을 고려해 보다 안전한 제제를 우선 추천하고 그 가운데서 환자의 기호에 따라 약을 선택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예전에는 간과했던 작은 부분에서도 지금은 최대한 환자의 편의를 고려하기 위해 의료진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장암 조기검진, 유전적 인자 분석 통해 필요 환자만 맞춤형 제공

이처럼 대장질환과 관련한 치료체계와 검사법이 발전한 한편, 최근 의료기관은 대장질환과 관련한 의료서비스를 집약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박 센터장이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분야 또한 대장암 조기검진이 필요한 고위험 환자를 선별해내는 방법이다.
 

박 센터장은 “대장암 환자수가 적진 않지만, 사실 비율상으로 따져보면 10만명당 50명 꼴이다”며 “대장암검진을 받는 대부분의 환자가 질환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제 의료기관의 고민은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선별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비용을 고위험자와 실제 대장암질환자에게 더 집중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이 그의 얘기다.
 

박 센터장은 “강북삼성병원의 경우 축적된 환자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해 대장암검진 필요성이 높은 대상자들을 선별해낸다”며 “특히 젊은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검진이 이뤄질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박 센터장은 대표적인 염증성장질환인 크론병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환경적 인자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희귀대장질환에 대해서도 조기에 고위험군을 찾아내 신속히 검사가 시행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조기 진단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필요한 수술 횟수가 줄어들고 합병증 위험 또한 현저히 감소한다”며 “고위험군을 미리 선별하는 기술이 안정화되면 치료를 받는 환자들 삶의 질이 전체적으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일선에선 환자들의 부담감은 덜면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평소에 술, 담배를 자제하는 등 모범적인 생활습관을 숙지하며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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