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아쉬움 교차 서울대병원 첫 ‘진료 성적표’
민상일 의료질 향상 및 환자안전관리센터장
2021.01.04 05:3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이 최근 진료 성적표를 자발적으로 공개했다. 개원 이래 처음이다. 사실 병원계에서 진료성과 발표는 더 이상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이미 다른 대학병원들이 수술실적 등을 공개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서울대병원 의료질지표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병원 입장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내용까지 모두 공개됐다는 점이다. 실제 장기이식 및 희귀 난치성 질환과 같은 고난도 치료 지표는 물론 낙상사고율 등도 과감하게 오픈했다. 이번 보고서 발간을 이끈 QPS(의료질 향상 및 환자안전관리)센터 민상일 센터장(외과. 사진)은 환자 알 권리 강화와 국내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이끌겠다는 병원 의지가 투영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편집자주]
 
Q. 다른 병원들도 진료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만의 특장점은
광범위한 지표 결과 공개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희귀난치성 질환 및 소아환자, 장기이식과 같은 고난이도 치료에 대한 생존율까지도 모두 공개했다. 또한 민감할 수 있는 환자안전에 대한 지표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어찌보면 민감할 수도 있는 지표와 그 결과들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Q. 암 관련 지표가 암종별 차이를 보인다. 일부 지표 누락 이유는
모든 암종별로 공통된 지표를 포함해 보고서를 발간하고자 했지만 데이터 추출 및 통계 분석 과정에서 정확성을 판단해 초판에서 제외시킨 지표가 있었다. 추후 공통 지표는 물론 각 암종별로 특성화된 지표를 다수 포함하면서도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보다 고도화된 내용의 보고서 2판 발행을 계획 중이다.
 
Q. 서울대병원의 암 관련 지표 결과가 타병원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고 판단하는지
서울대병원의 모든 진료성과가 타병원과 비교해 절대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서울대병원에서 간암 절제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이 0.1% 이내로 거의 발생하지 않은 반면 타병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결과는 0.9%. 타병원 및 대한민국 전체와 비교했을 때 매우 우수한 결과다.
 
Q. ‘간이식 후 입원 30일 내 합병증 발생률30%가 넘는. 높은 것 아닌가
간이식 후 입원 30일 이내에 합병증 30%는 분명 높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타병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한 서울대병원 간이식 관련 의료진은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경주하기로 하는 등 이번 의료의질 지표 보고서 발간이 의료의 질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타병원에서도 이렇게 민감한 지표를 공개해 선순환 효과가 발생하기를 기대한다.
 
Q. 합병증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간이식 술기의 고도화로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등과 같은 고위험수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간이식 후 입원 30일 이내 합병증 발생률에 대해서는 타병원의 비교 자료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다소 민감한 지표이나,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투명한 지표관리 문화 정착에 선도적 역할 수행하고자, 지표를 공개했다.
 
- 합병증 발생율 개선 여지는 있는 것이나
서울대병원은 수혜자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간이식 후 30일 이내 사망퇴원율2019년 약 1.5%, ‘간이식 후 5년 생존율89.1%, 간이식 후 합병증이 발생하더라도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타병원 및 대한민국 전체와 비교하더라도 매우 우수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 질 향상 기폭제 기대, 타병원 대비 절대 우위 아니지만 우수한 결과라고 판단"
"첫 보고서 한계 인정, 2판 발간시 업그레이드-의료 질 향상 위한 자율 혁신활동 더 활성화"

 
- ‘심부전 연간 좌심실 보조장치 삽입 건수2019년 밖에 데이터가 없는데
심부전 좌심실 보조장치 삽입 수술은 2019년부터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시행되었으며, 본원에서 시행됐다. 새로운 치료법인 만큼 향후 보고서 발간을 고려해 지표를 추가했다. 심장이식 대기자 고령의 심부전 환자들의 치료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관리해 공유할 예정이다.
 
- 뇌경색 지표가 타병원과 비슷하고 일부 지표는 5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뇌졸중 의료서비스 질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적정성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급성기뇌졸중 항목은 1등급을 달성했다. 심평원의 평가 기준에 따른 데이터를 제시하기 위해 일부 지표는 5년 데이터를 수록하지 못했지만 의료질지표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하며 데이터를 누적해 나갈 예정이다.
 
- 희귀 난치성 질환의 경우 지표 종류가 많지 않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번 보고서는 서울대병원의 첫 번째 시도인 만큼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 수집이 가능한 질환의 지표 결과를 우선 선정했다. 앞으로는 각 진료현장에서 지표 산출 및 공개를 염두에 두고 자료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진료성과에 대한 자료 관리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내년 2판 발간 시에는 보다 다양한 질환에 대한 진료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
 
- 다른 병원 보고서에 비해 어린이병원 지표가 다양하게 수록된 점이 눈의 띈다
지난 35년 동안 백혈병을 비롯한 소아암 환자,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 등 차세대 주역이 될 어린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어린이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간 4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방문해 풍부한 임상 경험 및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타병원에 비해 다양한 소아 관련 질환에 대한 지표결과를 수록할 수 있었다.
 
- 낙상 발생율 공개 따른 기대 효과는
2019년 서울대병원 낙상 발생 보고율은 1000재원일 당 0.75. 이는 한 환자가 1000일을 입원했을 경우 0.75건의 낙상이 보고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2015년 기준 0.48에서 20190.75로 증가했다. 낙상 보고율 증가는 단순히 낙상 사건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환자안전 사건을 중앙에 보고하는 문화가 성숙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환자안전사고 공개를 꺼린다. 낙상발생 보고율 공개는 다른 병원들에게도 환자안전 지표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다제내성균 발생률이 증가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균의 발생 비율은 우상향하는 추세다. 서울대병원의 다제내성균 발생률 또한 그 추이를 반영하고 있으나 국내 평균 발생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서울대병원은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위해 별도 관리팀을 운영해 항생제 처방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원내 항생제 사용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매일 다제내성균 환자 재원현황을 파악해 유행 발생이 확인되는 즉시 자체 역학조사를 시행한다.
 
- ‘SNUH-SPIRIT’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자율혁신 활동이 흥미로운데
1996년 국내 최초로 시작해 올해 25년째를 맞이하는 서울대병원 질 향상 활동은 문자 그대로 SPIRIT, 서울대병원의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스피릿 활동은 각 부서 혹은 여러 부서 직원들이 협심해 업무 중 발견한 다양한 환자안전/환자경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자발적 활동이다. 초반에는 연간 10~20개였던 과제 수가 지금은 연간 50~60개에 이를 정도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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