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리학 트렌드, '작용기전→신약개발'···화두 멀티오믹스
김치대 대한약리학회 이사장 '유전체학과 단백체학 컬래버레이션 중요'
2021.11.10 05:4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코로나19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코로나19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산업은 제약·바이오 업계일 것이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전 세계 모든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렸다.
 
이같은 백신·치료제 연구는 필연적으로 약리학이라는 땅을 밟을 수밖에 없다. 백신과 치료제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효과를 지니는지, 혹여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모든 과정은 약리학의 영역에 있다.
 
설령 코로나19를 차치하더라도 면역항암제 등 첨단의약품의 연구 개발 특성상 약리학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더욱 부상할 것이다. 다가올 첨단의약품 시대를 맞아 데일리메디가 김치대 대한약리학회 회장(부산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으로부터 약리학의 현재와 미래 방향 등을 들었다.
 
다가올 약리학 시대, ‘컬래버레이션’ 대세
 
지난 11월 4일~5일 열렸던 제73회 대한약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대사질환 및 심혈관계질환과 약리학의 상관성을 비롯해 멀티오믹스 시대 약리학 전망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김치대 회장은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세계약리학회(IUHAR) 회장인 잉골프 카스코르비 독일 킬대 교수를 특강 연자로 초정했다는 점이 가장 뜻깊었고 이외에도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한 신진연구자 세션을 통해 차세대 국내 젊은 연구자들의 국제적 감각 및 자질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번 추계학술대회 핵심 키워드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었다. 임상약리학회와 응용약물학회 등 다른 학회와의 조인트 세션을 통한 약리학 영역 확장을 도모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회원들 연구는 주로 약물의 약리작용 및 기전을 중심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이제는 난치성 질환에 필요한 신약개발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조인트 세션을 통해 회원들이 보다 확장된 새로운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신약개발 연계 바이오벤처를 설립·운영 중인 연구자들을 초청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신약개발에서 넘어야 할 난관 및 극복 경험을 공유하고, 신약개발 연구에 뛰어들었거나 희망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컬래버레이션은 단순히 학회 간 교류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유전체와 단백체를 모두 확인하는 ‘멀티오믹스’(Multi-Omics) 분야를 독립 세션으로 구분, 유전체학과 단백체학의 컬래버레이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멀티오믹스는 유전자와 염색체를 포함한 유전체와 세포 속 단백질을 총합한 단백체 두가지를 모두 관찰하는 분석 방식”이라며 “맞춤형 치료제 시대가 다가오면서 조기 검진 중요성과 함께 멀티오믹스 중요성도 계속 커지고 있다”며 “특히 멀티오믹스가 앞으로 신약개발에서 약효 및 부작용 평가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전 연구들은 기술이 다소 미흡했지만, 최근에는 세포 단위 다차원적 분석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약리학 분야가 기초와 응용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만큼, 새로운 기술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약리학계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멀티오믹스를 별도 세션으로 분류해서 관련 연구 발표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맞춤치료 시대, 신약개발에 더 중요해진 '약리학' 역할 
 
김치대 회장은 한편으로 코로나19 시대에서 약리학의 중요성만큼, 약리학회가 활약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한다는 말을 전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경구형 치료제도 허가를 받는 데 성공하면서 약리학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앞으로 치료제 효과와 부작용을 연구하는 일이 모두 약리학 영역인 까닭”이라며 “의·약계에서는 앞으로 치료제에서도 백신 못지않게 많은 부작용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연구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약리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약리학회 활약은 다소 미미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젠 약리학 연구 방향이 코로나19를 비롯한 미충족 의료 해결을 위한 연구 분야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왔다. 약리학계의 양적인 확대와 함께 사회적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을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특히 “약리학이 최근 신약개발 추세에 발맞춰 한걸음 앞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초창기부터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디자인하고 이를 생체에서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물을 저비용·단기간에 개발하려는 경쟁이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며 “약리학은 이 과정에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고 정밀 검증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보한다. 앞으로 신약개발 발전에 약리학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특히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CAR-T 등 혁신 치료제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경험이 적은 치료제인 만큼 약물 작용부터 체내 흡수, 분포, 배설 등을 포함해 약물 작용의 전(全) 과정을 임상 과정뿐만 아니라 출시 이후에도 지속해서 관찰해야 한다. 그만큼 약리학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과학적 발견이 신약개발로 이어져 우리 생활을 직접 바꾼 경험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는 이런 경험을 학계와 산업계를 넘어 더 많은 대중이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약리학도 그만큼 전망이 밝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위드 코로나’ 사회적 요구 부응하는 학회 위상 정립하고 역할 수행 최선 
 
김치대 회장은 이날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한약리학회 규모를 더욱 키우고 향후 약리학에 대한 ‘니즈(Needs)’ 증가에 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를 비롯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전염병에 대한 연구영역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된다고 해도 국가적으로 반드시 육성해야 할 분야”라며 “내년 학회에서는 바이러스-면역 관련 세션을 마련할 계획이다. 향후 바이러스 감염과 이에 대처할 약물 개발에 관한 연구 성과를 많이 선보일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대한약리학회는 의대 교수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됐다”며 “학회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신약개발 시대를 대비해 최근 몇 년에 걸쳐 약대 교수와 연구원 회원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학회가 많이 젊어지고 더욱 활기를 띄게 됐다. 향후 국제적 교류와 더불어 다른 분야와의 융합연구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동안 학회 연구는 기존 약물 작용 및 기전을 밝히는 연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앞으로는 협력과 융합을 통해 신약을 발굴·개발하는 연구를 장려할 것이다. 학회 영역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해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회원들이 사명감으로 과감하게 도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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