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시대 요구되는 진료환경·시스템 구축 최선'
정희진 고대구로병원장
2021.12.02 05: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1983년 당시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구로지역에, 그것도 독일차관으로 병원을 설립한다는 것은 ‘의료시혜’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표현이 불가한 행보였다. 의료불모지나 다름없던 그 지역, 군 보충대 부지에 들어선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은 설립 이후 40년 세월을 흔들림 없이 지역민 건강을 지켜왔다. 숭고한 설립 취지에 쉼없는 노력이 곁들여져 고대구로병원은 현재 1075병상, 3040명의 교직원이 근무하는 국내 대표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변화무쌍한 병원환경 변화와 미래의료를 선도하기 위한 중차대한 길목에서 40년 역사의 첫 여성 병원장이 탄생했다. 최근 취임한 정희진 신임 병원장(감염내과)은 우리사회가 기대하는 병원이 되기 위해 혁신과 소통에 집중해 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시설‧시스템 혁신 통해 미래의료 도약 발판 마련
 
정희진 병원장이 그리는 병원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 진료가 아닌 질환이 중심인 병원이다. 풀어 얘기하면 모든 것을 환자에 맞추겠다는 의미다.
 
미래의학 선도병원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자 마스터플랜을 기획해 온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오는 2022년 5월 외래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외래관은 미래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의 시작이다. 연면적 8557평 규모의 지상 6층, 지하 6층으로 건축되며, 외래진료실 및 검사실, 교수연구실, 주차장 등이 들어선다.
 
마스터플랜은 단순한 공간 확충의 의미가 아니라, 중증질환치료-연구중심으로 병원의 시설과 시스템 전반을 재편하는 개념이다.
 
외래환자가 많은 진료과를 외래관에 배치하고 본관과 신관은 중증전문 시스템을 강화해 급성기, 중증, 응급환자 중심 진료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중증환자 비율이 적은 안과,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 총 9개 진료과가 외래관에 자리할 예정이다.
 
진료실, 대기실, 검사실 등은 현재보다 약 1.5배 넓히고, 지하에는 주차면이 증설된다. 건물이 도로와 인접해있어 환자의 병원 접근성과 편의성은 향상시키고, 이동 동선을 최소화했다. 
 
정희진 병원장은 “외래관 준공은 고대구로병원이 지역을 넘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역사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래관으로 9개 진료과가 확장 이전하는 것과 동시에 본관·신관에 중증질환 치료 핵심시설들을 집중해 중증환자 진료 시스템을 강화한다.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진료과 또는 특성화센터를 기존의 2배 가량 넓은 공간에 확장 재배치하고 센터 중심 의료서비스의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정희진 병원장은 “고난도 중증질환 중심의 기반을 다짐과 동시에 희귀난치질환센터 등 기존 특성화센터 운영을 강화해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구 활성화‧특성화로 의료사업화 견인
 
연구에 있어서는 ‘누구나 연구할 수 있고, 연구하기 좋은 병원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의생명연구센터 중심의 신진연구자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확충하는 한편 고대구로병원이 잘 하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연구특성화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고대구로병원은 2013년 연구중심병원 지정 이후 폭넓고 탄탄한 연구 인프라 구축과 함께 의료기술 사업화에 주력해 왔다. 
 
의료 산업화에 최적화된 내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마트헬스케어, 정밀의료기기, 차세대 신약 플랫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의료 창업기업을 지원 중이다.
 
2019년에는 복지부로부터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기업체와 의료진 간의 공동연구 활성화를 주도했다.
 
센터는 의료기기 관련 창업기업 발굴 및 육성, 자문 및 컨설팅, 공동연구, 임상시험 지원, 투자연계, 교육 등 각 주관기관별 창업기업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로부터 ‘G밸리 의료기기 개발 지원센터’ 위탁운영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시키기 위한 이 센터에는 3년 간 총 120억원이 투입된다.
 
정희진 병원장은 “바이오 벤처, 대학,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의료분야 연구 사업화를 견인함으로써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교원들이 기업들과 함께 의료기술 개발과 실용화에 협력연구가 가능하고, 실익이 창출되도록 연구부원장을 중심으로 총괄 관리,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준비된 여성 병원장으로 “모든 직원들이 함께 꿈꾸는 미래 지향”
 
고대구로병원 38년 역사의 첫 여성 병원장 탄생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정 원장은 2004년 고대구로병원 감염관리실장을 시작으로 기획실장, 고려대학교 의무기획처장 등 병원과 의료원의 여러 행정을 경험하며 경영 노하우를 쌓아왔다. 
 
특히 감염내과 전문의자 백신 분야 권위자인 그는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사태 때마다 병원은 물론 국가 방역체계 수립에 일조했다.
 
백신분야 최고 권위자인 정 원장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팬데믹 사태 때 ‘예방접종 실무자문단 위원’으로 정책수립 및 시행에 자문역할을 했다. 
 
인플루엔자백신 출시를 이끈 공로로 대통령근정포장을 수상했고, 2015년 메르스 유행 시에는 ‘즉각대응팀’에서 활동하며 메르스 확산 방지와 사태 조기 종식을 이끌었다.
 
또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 코로나19 전문가 자문위원회 위원으로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코로나 백신 수급 및 접종 대책 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대외적으로는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감염분야 학문 및 시스템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현재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안팎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만큼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희진 병원장은 “교직원들에게는 평생직장이므로, 고대구로병원을 즐거운 공간이자 자부심의 대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으고 적극 반영해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잠재적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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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구로병원 12.02 22:01
    80년대 초반 주위가 전부 낡은 1~2층이던 낙후된 곳에 홀로 우뚝 선 10층 대학병원을 보고 자리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보면 환자는 많았고 몇년마다 건물을 새로 짓더니 어느새 빅5 다음 규모의 서울 서남부 최대병원이 되었다. 계속 발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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