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확진자 증가, 위중증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
김동현 교수(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2021.12.31 05:57 댓글쓰기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의사들은 ‘위드 코로나’ 가 무섭다. 급증하는 확진자 수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위중증 환자의 증가 추이마저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확진자를 진료했던 의료진의 번아웃은 물론이다. 이런 가운데 백신 접종도 받지 못하고 치료 시스템에서도 소외돼 있는 소아·청소년과 이들을 돌보는 의사들의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상황이다. 데일리메디는 최근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현 교수[사진]를 만나 소아청소년 확진자를 돌보는 의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코로나19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어떻게 치료받고 있나
보통 1세 이하는 영아, 28일 이하는 신생아로 정의하는데 신생아 확진자들도 있었다.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이가 입원한 적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미열이 있거나,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막 태어난 아기가 지금 경증이라고 해서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무증상을 유지한다는 장담은 못한다. 아이들은 몸무게에 따라서 시럽 한 방울 먹이는 것도 유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아청소년 환자는 노인들의 위중증 단계만으로 구별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신생아·영아의 경우 기본적으로 의료진 관리가 필요하다. 재택을 통한 모니터링만으로는 다양한 증상 발생과 보호자 우려에 완벽히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과연 아이들이 소외당하지 않고 잘 치료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Q. 최근 소아와 영유아 환자 사망 사례도 발생했는데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중증도를 보면 모든 확진자의 위중증 심화 및 사망을 심각하게 우려할 단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계속 이어져 확진자 규모가 늘어난다면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소아청소년 환자들 가운데서도 중증도 높은 환자들이 꽤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10대 확진자를 진료했을 때, 비만이나 흡연 등 위험 요인을 보유한 아이들은 산소치료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었다.
또한 소아청소년 확진 환자들 가운데 다기관염증증후군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관리가 요구된다. 결국 허가된 연령 내에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의료진 피로 누적됐어도 환자 받아라" 정부 협박성 공문 황당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 교육 기회 제한받아 걱정”
“백신 접종 풍토 필요하지만 개인 의사 존중받아야 된다는 생각”
"의사를 비롯해 방역현장 모든 의료진, 사명감 갖고 정말 열심히 진료"
 
Q. 소아 백신 접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
기존의 수많은 백신들과 달리 현행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경험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 불안이 범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접종을 강제하기만 하는 모습이 보여서 더 걱정이다.
소아청소년에게 접종이 확대돼야 할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방역 상황에 따라 강화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교육 기회가 일방적으로 제한되는 모습이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소외계층 아이들이나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교육권은 더욱 강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거나 부모에게 방임, 방치된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공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확진자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유럽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아이들의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백신을 맞는 당사자에게 ‘K-방역을 위해 동참해 달라’는 식으로 권유하면 당연히 거부감이 든다. 2000~2001년 방역의 직접적 수단으로써의 홍역백신처럼 ‘찾아가는 접종’ 형태로 줄세워 접종받게 하고, 그것이 설령 원하는 학생들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조건이 있어도 거부하는 학생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런 상황은 이미 과거 무상급식 논쟁에서 경험했다. 의학적 이유가 충분하더라도 만약 당사자 의향이 뚜렷하다면 접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개인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백신을 맞으면 이런 점이 좋다’는 것을 정부가 잘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백신을 맞으면 다시 학교에 갈 수 있고,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중증화를 감소시켜 입원하지 않을 수 있고, 후유증이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전문가들 이야기가 충분히 알려져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정보가 남발하고, 의심과 불안이 커지고, 이것이 공포로까지 번지는 것 같다.

Q. 전문가 견해가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인지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다. 얼마 전 안타깝게도 잘못된 소아 사망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적 있다. 최초 사례였기에 사람들이 많이 놀랐는데 곧 삭제됐다. 이는 의학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코로나19에 의한 사망 사례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감염병 대처에는 가장 중요한 의료 전문가 영역이 있고 행정력을 발휘할 행정가 역할이 있는 법인데 이런 해프닝이 발생하는 단면을 보면 과연 이것이 잘 맞물리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 상처를 받았던 일도 있다. 저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진자를 받는 다른 병원도 같은 일을 겪었을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코로나19 환자 배정을 거부하는 병상 관리를 강화한다며 공문을 보냈다. 거기에 의료인력이 부족하거나, 의료진 휴가 및 피로도 누적 등으로 환자 배정을 거부하는 것은 거부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만약 내가 휴가를 갔다, 혹은 환자를 봐 줄 간호사가 없다고 해도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의료인의 사정에 괘씸죄를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공문에 분노를 느낄 시간 없이 황당함을 느꼈다. 이 시대 이 사회 어느 직역에게 이 같은 공문을 보내고도 이토록 잠잠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코로나19 현장에 있는 의료진 중에 일부만 사명감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방만하게 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의사를 비롯해 병원 모든 직원들이 방역 업무에 사명감을 갖고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상황이 유지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여론 부담 등으로 난처한 것도 이해는 간다. 병원을 찾지 못해 전국을 떠돌다가 우리 병원까지 오는 환자들도 많다. 하지만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의료진에게 피곤해도 쉬지 말고 환자를 받으라는 이야기를 공문으로 보내는 것은 도가 지나쳤다. 지금도 충분히 환자를 보고 있다.

Q. 단계적 일상회복 방침이 다시 중단됐다. 앞으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최근 해외 연구결과를 보면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획득한 항체 반감기가 7.5개월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는 명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광남 교수님께서 백신 접종을 받은 의료인들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접종 4개월 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가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지금 확진자가 폭증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한 백신이니 막연한 공포와 불안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미접종과 마찬가지인 상태의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접종이 제일 늦은 어린 연령대 아이들이다. 대개 아이들은 가족내 감염이 흔하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들도 상황에 따라 불행히도 위중증 상태에 빠질 수 있고 후유증이 남을 우려 역시 존재한다. 백신을 접종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식의 사고는 집단면역에 무임승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이 의학적으로, 또는 접종자 본인에게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혀야 하고 결국 이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면역에 취약한 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결국 의료체계까지 흔드는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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