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 가시적 성과, 환자 생존율 등 일취월장'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교수
2022.01.28 05:5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매년 11월은 ‘폐암 인식 증진의 달’로 11월 17일은 미국흉부외과의사협회가 폐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환자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폐암의 날’이다. ‘암중의 암(癌)’이라 불릴 만큼 치명적이고 발견이 쉽지 않은 폐암은 지난 20년간 국내 사망률 1위였다. 동시에 최근에는 환자 치료에 있어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암 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993~1995년 12.5%에 불과했던 국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14년~2018년 32.4%까지 향상됐다. 이는 국내외 제약사들의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과 함께 폐암환자 치료에 전력해온 임상현장 의학자들의 헌신과 공로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데일리메디가 폐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주요 대학병원 교수 6명을 만나 국내 폐암환자 추이 및 현황, 국산신약을 비롯해 치료제 개발, 정부 정책 지원과 제도 개선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주]
 
1)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2)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3)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4)김혜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5)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6)한지연 국립암센터 최고연구원
 
“국내 사망률 1위로 알려진 폐암은 과거 췌장암과 비슷한 수준으로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도입된 표적치료제와 2010년대 면역항암제 등 신약의 비약적 발달으로 완치율과 생존율 모두 선도적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2020년대에는 어떤 치료제가 개발될지 자못 기대된다.”
 
15년 동안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암 환자를 진료한 이대호 종양내과 교수[사진]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등 신약 개발과 의료진의 다학제 진료가 효과를 발휘해서 폐암 치료 결과가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수많은 암환자가 진료받는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초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다학제통합진료’를 시작해 차별화된 맞춤형 치료를 선도해왔다. 
 
또한 미국과 협력을 통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 및 치료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대호 교수는 “폐암은 병기에 따라 예후가 굉장히 다른 암으로 1990년대 말만 해도 치료제가 세포독성항암제밖에 없어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초기 발견하면 완치에 가까운 성적을 얻지만 말기 환자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치료제 발달으로 5년 생존율이 15~20%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폐암은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모두가 잘 듣는 종양으로 다른 암에 비해 선도적 발전이 있었다”며 “2020년대에도 혁신신약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국내 최초 다학제진료 도입, 맞춤형 치료 선도"
“면역항암제, 폐암 말기 뿐 아니라 1차 치료제로도 활용 등 치료영역 확대”
“국내 제약사, 일부 가시적 성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한계 있어 규모‧역량 키워야”
“폐암 진단 선도적이지만 약가 부담 커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

실제 2000년대 표적치료제 도입 이후 20년 동안 새로운 분자표적이 발견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표적치료제가 현재 임상시험 중이거나 개발 중이다.
 
이대호 교수는 “이미 허가가 끝나 급여를 기다리는 치료제도 있고, 임상 시험 중으로 곧 진료현장에 들어오리라 기대되는 약들도 있다”며 “개발된 항암제의 치료역량도 넓어지고 새로운 약들도 계속 개발되고 있어 폐암은 완치에 가까운 치료성적을 얻을 수 있는 종양이 될 수 있다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2010년대 각광받은 면역항암제는 7~8년 전만 해도 4기 말기암의 치료가 힘든 환자들에게 사용했는데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면역항암제를 쓰면 효과가 좋다는 결과를 얻어 1차 치료제로도 사용하고 있다”며 “면역항암제가 적응증을 점점 넓혀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회사 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 역시 폐암 치료제 개발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대호 교수는 “최근 표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돌연변이에서 표적치료제 약 개발에 성공해 급여권 안으로 들어왔다”며 “그 외에도 새로 발견된 표적에 대해 많은 제약사들이 새로운 약제를 개발해 곧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높지 않아 신약 개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대호 교수는 “제약산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회사의 규모에 따른 한계가 명확하다”며 “제약사 규모가 더 커져야 새로운 약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 역량이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혁신 치료제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가격이 너무 고가로 책정돼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대호 교수는 “국내 폐암 진단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충분히 선도적 입장”이라며 “하지만 개발된 약들이 급여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면 가격 부담이 커 환자들에게 빨리 투여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0년대 들어 표적항암치료제 등이 개발되면서 항암제 약값은 지난 1970~1980년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대호 교수는 “이는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약가가 너무 높고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낮추기도 쉽지 않아 환자들의 접근성 보장이 어렵고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 교수는 “제약사나 의료진은 경쟁 개발을 통해 약값을 낮추려 노력해야 하고,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사회적 제도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환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낮출 수 없다면 현재 건강보험제도 지급 방법을 변경해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보험 취지를 다시 생각해 경증 환자 지원을 줄이고 심각하거나 위급한 경우, 약가가 고가인 경우에 더욱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하는데 저항감이 클 수 있어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단일체계 건강보험제도가 아닌 영국의 항암제기금과 같이 환자들의 부담감을 완화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고가의 신약 같은 문제는 전 세계적 문제로 논의가 필요한데 우리사회는 이러한 논의가 없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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