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 의료사고 공적보상제 도입'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2022.03.18 20:0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박중신)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고사 위기에 놓인 산부인과에 대한 구원책으로 ”분만 관련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를 포함한 정책제안 22가지를 공개했다. 학회는 윤 당선인의 후보시절 그를 만나 정책제안서를 전했으며 최근 대통령 인수위원회에도 이를 전했다. 

"전문의 분만 기피 심각 산부인과 고사 위기, 수가 인상 절실"
 
박중신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무과실 의료사고가 일어날 경우 의료인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다“며 ”소송 시에도 의료인은 보호장치 없이 무방비로 노출돼, 전공의·전문의들 기피가 심각하다“고 제도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쁜 결과가 나왔다면 누군가는 과실 책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의사는 신이 아니고, 원칙적인 진료를 해도 나쁜 결과는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가 요구한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는 의료 과정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신생아 뇌성마비, 출산 관련 모성 사망 등에 대해 의료진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국가가 보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도를 시행하면 신생아 뇌성마비 발생 시 건당 3억원, 출산 관련 모성 사망 시 1억원 등을 지원한다. 또 임산부 1인당 30만원의 보험금을 국가에서 지원받아 병원이 가입한다. 
 
학회는 제도 운영 예산 규모를 84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연간 분만 건수인 28만명에 인당 보험금을 곱한 금액이다.   
 
실제로 이 같은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학회에 따르면 일본과 대만의 경우 과실이 없는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100% 보상하고 있다. 
 
일본은 보험금 형태로 뇌성마비 발생 시 건당 한화 약 3억6000만원을, 대만은 예측하지 못한 신생아 사망에 대해 한화 약 1100만원, 모성 사망에는 약 7100만원을 지급한다. 
 
대만의 경우 3년간 무과실 보상제를 운영해본 결과 의료소송 빈도가 70% 줄고, 전공의 지원율도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80% ”의료사고 두려워 분만 기피“···전공의 60% ”전문의 안할 것“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분만 기피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1월 학회가 산부인과 4년차 및 산과 전임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설문 결과 응답자 중 79%가 ‘의료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분만을 맡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2019년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당시 응답한 전문의 중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 경우는 무려 42.4%에 달했다. 
 
분만을 그만두게 된 이유로는 역시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가 3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실제 의료사고가 발생해 이로 인한 소송 발생을 계기로’ 그만뒀다는 응답도 17%로 집계됐다. ‘병원 적자 등 경제적 원인’ 17%, ‘분만 의사로서 누적된 육체적 스트레스’ 16%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젊은 의사일수록 산부인과 기피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설문에 응답한 전공의 중 절반 이상인 57%가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분만을 담당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에 학회는 ”산부인과학을 전공하기를 기피하는 젊은의사와 고위험 임신을 주로 맡는 대학병원 전문의의 인건비를 높여야 한다“며 ”응급수술이 잦고 대기 또한 긴 산부인과 수술의 수가도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적으로 분만 취약지 증가···종합병원 내 산부인과 설치 의무화 등 경영 지원 필요  
 
박중신 이사장은 ”출산률이 떨어지다 보니 산부인과 의사가 줄고, 분만 인프라도 감소해 분만취약지가 늘었다“며 ”안전한 환경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20년 5월 기준 분만취약지는 33곳, 준분만취약지는 72곳으로 집계됐다. 이에 학회는 분만취약지 해소를 위해 100~300병상 종합병원 내 산부인과 개설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2000년까지는 해당 규모 종합병원에 내·외·산부인·소아청소년과 4개 진료과목이 필수로 있어야 했지만 2001년 보건복지부의 병원 활성화 대책에 따라 4개 중 3개 진료과목을 설치하는 것으로 완화됐다. 
 
이에 2000년 이후 종합병원 가운데 분만병원은 가파르게 감소했다. 2007년 133개에서 2019년 83개로 줄었다. 
 
학회는 ”분만 감소로 분만실을 폐쇄하거나 폐업하는 산부인과 병의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만 수가를 높이고 경영을 지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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