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제약사로 변모하기 위한 빅딜에 성공했다.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프라이머리케어(PC) 사업'을 3324억원에 인수했다.
다케다제약이 보유한 18개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에 대한 특허와 상표, 판매권을 인수하며 바이오시밀러에 집중돼 있는 사업구조를 케미칼(제약) 분야로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셀트리온 창립 후 시도된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Scale) 효과와 사업 다각화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셀트리온이 다케다제약 인수를 완료하면 외형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위험을 감당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로 진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다.
의약품은 각국에서 안전성, 유효성을 심사해 허가를 내주는 재화이므로 작은 규모의 제약, 바이오기업이 쉽사리 허가를 받지 못한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대개 한 종류 의약품을 기발해 미국, 유럽에서 시판 허가를 받으려면 1~2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시장 자체가 작은 고기는 살 수 없는 물인 셈이다. 철저히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영세성을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 제약기업의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업계 1위로 꼽히는 유한양행의 글로벌 매출 순위는 80위권이며, 세계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제약사는 3개에 불과하다.
이번에 일부 부문을 셀트리온에 매각시킨 다케다제약도 M&A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1월 영국 제약사 샤이아를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약 75조원)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빅파마 대열에 합류했다.
셀트리온의 이번 M&A 역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사업에서 제약사업으로 외연을 넓혔다는 점도 M&A의 이점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셀트리온은 코스피 시가총액 4위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바이오 제품 편중의 포트폴리오가 한계로 지목돼 왔다.
셀트리온은 다케다제약의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브랜드 18종을 인수하면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했던 사업구조를 합성의약품으로 다변화하게 됐다. 제품군이 겹치지 않다는 점도 시너지다.
그러나 이번 M&A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다케다제약으로부터 인수하는 전문의약품 중 대형 품목 수가 적고, 영업 양수 국가 가운데 중국이 빠졌다는 점 등이 주요 지적사항이다.
실제 셀트리온이 케미컬 사업으로 외연을 넓혔다고 하지만 인수한 품목 가운데 연간 처방액이 100억원을 넘는 품목은 당뇨약 '네시나'와 '액토스' 정도다.
2개 브랜드 모두 단일제, 복합제를 합산한 처방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볼륨이 크지 않다고 해석될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판매 국가 9개국 가운데 중국이 빠졌다는 점도 '앙꼬 없는 찜방'과 같은 계약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호주, 대만, 태국,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의 시장 규모가 중국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케다제약이 아시아태평양 사업부문을 M&A 물량으로 내놓은 까닭이 샤이어 인수합병으로 인한 부채 증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가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물론 100% 만족스러운 선택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와 위기가 수반된다. 이런 점에서 셀트리온의 다케다제약 M&A는 위기를 잘 관리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 성장 모멘텀으로 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M&A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 제약업계에 셀트리온의 사례가 정면교사가 돼 제약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