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수첩] 최근 2차 환자경험평가 결과가 공개되며 병원들의 희비(喜悲)가 갈리고 있다.
상위권 병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와중에 모처럼 찾아온 단비같은 소식에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빅5 병원들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순위에 머쓱해 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평가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첫 선을 보인 환자경험평가는 도입부터 큰 화젯거리였다. 이전까지 있어왔던 평가들과의 차별성 때문이었다.
기존의 각종 적정성 평가와 의료기관 인증제도 등은 관에 의한 일방적 평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실제 환자들의 목소리가 그러한 평가와 뒤따르는 피드백에 적용되기 어려웠던 셈이다.
2000년대 초반 다양한 민간기관의 병원 평가결과가 공개되며 병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 줄세우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평가의 신뢰성이 의심받으면서 병원들도 점점 둔감해져갔다.
이 처럼 병원들 관심사에서 ‘평가’와 ‘순위 매기기’라는 단어가 희미해져갈 때 쯤 등장한 것이 환자경험평가다.
환자경험평가는 환자를 존중하고 개인의 필요와 선호, 가치에 상응하는 진료를 제공하는지 등을 평가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이 직접 국민 관점으로 의료서비스 질적 수준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전에 관이 시행했던 제도들과 달리 환자가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존에 민간기관이 주도하는 평가들보다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제도가 시행되고, 각 병원들이 두 번째 평가표까지 받아든 지금 현장의 분위기는 혼란스럽다. 두 차례 연속 빅5 병원이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다크호스들이 상위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각 병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다” “평가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불만이 환자경험평가 자체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의료 패러다임이 과거 의료진이나 의료기관 중심에서 환자중심으로 바뀌는 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고,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제도 운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규모가 더 크고, 시설이 최신식이며 의료진 실력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해서 환자경험평가에서도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칫 오만일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환자경험평가에서 호성적이 그 의료기관의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실망스런 성적이 나온 병원들은 환자경험평가를 환자들이 직접 전해온 목소리로부터 미쳐 알아채지 못하고 있던 미비한 부분들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좋은 성적을 낸 병원들도 더 큰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환자경험 향상에 매진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병원들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도 병원들 불만을 으레 나오기 마련인 것이라 생각하고 허투루 들어선 안된다. 현장과 괴리된 탁상공론 방식은 과감히 개선하고 결과가 좋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마땅히 보상 등의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복지부, 심평원 등이 환자경험평가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병원들 의견을 적극 청취해 보다 나은 제도로 가꿔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혹자는 얘기한다. 사람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병원들까지 굳이 줄세우기를 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환자경험평가 자체는 죄(罪)가 없다. 이 제도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때, 분명 병원들이 더 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데 도움을 주고 그만큼 국민건강 안전은 제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