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수첩] 명문 사학의 대표주자인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최근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 연대는 총장
, 고대는 의료원장 선출 작업이 한창이다
.
비슷한 시기에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방식은 천양지차다. 한쪽은 하의상달(下意上達), 또 다른 쪽은 상의하달(上意下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국립대학교 총장이나 병원장의 경우 공개모집 형태로 선정되는 반면 사립대학의 경우 대부분 재단이나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는 게 통상적이다.
국내 대표 사학인 두 대학교의 경우 구성원 뜻이 반영되는 선출방식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타 사립대학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그 뜻이 전달되는 방식의 민주성을 놓고는 늘 설왕설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투표를 통한 선출의 대표적인 곳은 연세대학교다. 총장과 의료원장 모두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물론 최종 임명권은 총장은 이사회, 의료원장은 총장에게 있다.
이번 총장선거 역시 출사표를 던진 16명의 후보 중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가 5명을 추린 후 정책평가단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 3명을 이사회에 보고했다.
이사회는 3명을 놓고 평판조회 및 후보자 면접 총장에게 요구되는 덕목과 자질, 역량에 관한 의견을 종합 수렴해 차기 총장을 결정했다.
전형적인 하의상달(下意上達)식 선출이다. 본인 의지에 의해 출마하고 구성원들의 선택을 받은 후보가 최상위 기구에 전달돼 낙점받는 구조다.
반면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선출방식은 상의하달(上意下達)이다. 선거의 시작인 출마단계부터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운영된다.
총장이 의료원장 후보자 1인을 지목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회에 통보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하는 구조다.
교수의회는 의료원장 내정자의 정견발표를 거쳐 인준투표를 진행한다. 내정자는 이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의료원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
물론 인준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지난 2011년 총장이 낙점한 인물 2명이 연거푸 인준에 실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의대 교수들은 총장의 일방적 지명이 아닌 학교, 서열 등을 모두 배제한 상태에서 공모를 통해 의료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뜻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계에서 하의상달은 ‘개방’과 ‘참여’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조직의 고충처리나 인사상담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중력의 법칙에 기반한 상의하달은 ‘명령’과 ‘질책’ 등의 개념으로 통용된다. 그만큼 권위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라는 얘기다.
다만 커뮤니케이션과 선거는 별개 개념인 만큼 절대비교를 통한 시시비비를 떠지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고대의대 구성원들이 총장 지명을 수 차례 거부한 것만 보더라도 상의하달 선출방식의 비합리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하의상달식 선출방식을 취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역시 최종 결정기구인 이사회가 구성원들이 선출한 1순위 후보를 낙마시키며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래 이병석 원장의 연세대 총장 낙마가 대표적이다.
적어도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선거에서 만큼은 상의하달과 하의상달 모두 한계와 불만을 양산해 내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의료원장 선거철이 되면 늘 선출방식이 거론되는 부분은 한번 쯤 짚어볼 필요가 있는 분명한 명제다.
올해도 고대의료원에는 어김없이 선출방식이 화두로 부상 중이다. 잠재적 후보군들은 언제가 될지도 모를 총장의 지명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