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2월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인해 전공의들 집단사직, 그리고 의대생들 휴학이 시작됐다.
대학 정원 변경 공고는 시행 연도 2년 전(前) 모집에 대한 요강이 발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상황에도 맞지 않는 법 조항을 들이대며 합법적이라는 미명하에 시행을 강행한 결과다.
모든 전공 분야 학과가 준비가 안 된 갑작스러운 증원은 시설과 교육을 담당할 교수진 부족으로 어려움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현행 의대 교육은 이론뿐만 아니라 해부 등의 기초실습과 임상 실기, 문제기반학습(PBL), 증례기반학습(CBL), 표준화환자 실기 등 다양한 교육에 수반되는 많은 시설과 장비 및 인력이 필요하다.
시설·장비는 물론 교육 자격 갖춘 교수진 갖추고 증원을 진행해야 하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그에 따른 교육 자격이 갖춰진 교수진이 반드시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증원을 위해서는 단계적인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교육부는 의대 교육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의과대학장과 의대 교수들 의견은 무시한 채 대학 총장 요청 인원에 따라 증원을 강행해왔다.
이 와중에 일부 총장들은 이 같은 증원이 무리가 있음을 시인해 증원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는 처음부터 2000명 증원이 정확한 자료를 기반으로 해 추정된 숫자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더해 교육부는 40개 의과대학에 2025학년도만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로 정하라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26년도에는 다시 2000명 수준의 증원 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증원 규모가 어떻게 확정돼도 향후 교육 현장에 막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2025년 전대미문 8000명 의대생 교육→정상 운영 불가능→부실 교육→국민들 피해 초래
더군다나 현재 휴학을 신청한 학생들이 휴학이나 유급됐을 때는 2025년부터 최대 8000명이라는 전대미문의 의대생 교육이 필요해서 지금의 의대 교육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에 따른 부실한 의대 교육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다.
정부는 근거도 부족한 의대 증원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2025학년도 정원을 우선 동결해야만 한다.
이후 필요한 의대 정원을 논의할 전문가와 정부가 함께하는 독립된 기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근거에 따른 의대 정원을 산출해 미래를 준비토록 하는 것이 진정한 대한민국 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개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의료사태가 종식될 수 있는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5월은 전공의가 이전 자리로 돌아가 본인 업무를 다시 시작하고 의대생은 휴학을 철회하고 수업으로 복귀할 수 있는 최후의 마지노선이다.
만약 5월까지 이러한 사태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다시는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파국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오롯이 국민들 피해로 귀결된다.
이번 사태는 상황이 여기까지 치닫게 만든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간청하는바 지금까지 많은 의료진과 국민이 희생해서 쌓아온,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의료가 나락에 떨어지는 길로 가지 않도록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