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계기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 개선 절실"
이경원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2022.12.21 12:00 댓글쓰기

[특별기고] 들뜬 젊은이들의 건강한 축제 현장이 비극적인 재난 장소가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2022년 10월 29일.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상황당직의사(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과 상황실 당직 직원 2명은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협조 요청이 오기 전까지는 평온하게 일상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상황실 당직 직원 2명은 공무원이 아닌 국립중앙의료원 직원이며, 상황당직 의사는 다른 민간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였다. 


이태원 참사 재난도 비극적이었지만 재난 이후 상황도 그에 못지 않게 비극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장에서 한 번도 걷지 않았다며 눈물짓던 용산소방서 구급팀장은 국민들로부터 공감과 지지 감정이라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짧은 찰나의 순간이라도 주어졌다. 물론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데 재난 상황에서 근무시간을 넘겨 퇴근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했던 중앙응급의료상황실 간호사, 응급구조사를 비롯해 근무 시간도 아니거니와 본인 당직 시간도 아니었지만 비상 연락을 받고 토요일 밤늦게 나와 일요일 새벽을 하얗게 지새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직을 맡고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노고에 대한 보상이나 격려는 커녕 경찰청 특수수사본부의 수사를 받았다.


급이야 이제는 국회 국정조사 대상이 돼 전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비난과 망신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DMAT 등 민간인에 책임 번지는 '어이없는 현실'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보통의 의사 및 간호사들도 잘모르는 기관이고 역할 및 기능에 비해 매우 적은 인원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책임은 재난 만큼이나 컸다. 


과거 국립의료원이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 조직이었던 적도 있었다. 경찰병원은 아직도 그렇다. 의사와 간호사, 직원들 신분이 공무원이었지만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은 공무원 신분 의사나 간호사가 진료하는 병원이 아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하고 있고 국립중앙의료원이 일반 민간병원보다 공공의료사업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 대응에서 두뇌라 할 수 있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이렇게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재난 현장에서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하고 재난응급의료 업무를 맡고 있는 재난거점병원, 즉 각 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DMAT,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은 또 어떤가? 


짐작하겠지만 당연히 민간인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로 구성됐다. 외국의 경우에도 민간의료기관 의료진이 정부기관 공무원들과 함께 재난응급의대응에 나선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외국은 법률에 의해 재난응급의료 현장에 출동하는 민간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은 정부와 일정한 계약에 의해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 만에 하나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공무원 신분에 준하는 대우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관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은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지령에 따라 DMAT 출동을 해 왔고, 평시 불평 없이 재난 훈련에 참여해 왔다. 


누가 현장에서 최선 다한 의료진에게 돌을 던지나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 있다. 현행법에 따라 재난응급의료에 대한 경험이나 학식이 없는 보건소장이 재난이 발생한 곳의 현장응급의료소장을 맡는다. 


재난훈련의 형식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현장응급의료소 천막에서 현장응급의료소장으로 있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은 그저 자신이 맡은 재난응급환자 분류 및 처치, 이송 업무에만 집중해서 훈련해 왔다. 


그랬었다. 현장응급의료소장으로서 재난응급의료를 지휘·총괄해야 할 보건소장은 정작 아비규환 재난 현장에서는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또 나타나는 등 그저 서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기가 맡을 일이 아니었다고 했고, 본인은 억울하다고도 했다. 그랬을 수 있다. 그 자연인 한 사람의 심정을 모를 바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말해야겠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에게 돌을 던지지 마라. 


이들은 아수라장인 재난 현장으로 동료 응급의학과 전문의 및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을 보내며 자신들도 마음 졸였다. 더불어 그날은 물론 쏟아지는 후속 업무에 연사흘 제대로 마음 편히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했다. 


현장에서 물도 못 먹으면서 환자를 진료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에게 도착 시간이 늦었느니, 그저 돌아갔느니 하며 눈 흘기지 마라. 


재난 현장에 정부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따지는 사람들도 그날 밤 절망과 죽음이 가득했던 그곳에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특별한 보상도 아무런 법적인 보호도 없이, 그리고 그것들을 요구하지도 않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재난현장으로 달려간 사람들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우리는 현재에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제 우리의 국가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를 돌아보고, 재난 마저 정쟁화(政爭化)하는 작금의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 


이번 재난을 통해 우리의 부족한 국가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를 굳건히 할 수 있는 개선점을 도출하고 정말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자. 그것이 젊은 죽음들에 대한 우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대량사상자 발생 재난대응 미흡…정부 내 대응체계 마련 시급


우리나라 재난 대응에서 중앙부처로는 행정안전부, 현장에서는 소방공무원들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행정안전부는 태풍, 홍수 등 자연재난에 대해서는 잘 대비 및 대처하고 있는데 나날이 중요해지는 사회 재난에는 대응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인명 피해 대응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데, 재난 중에서도 대량 사상자가 발생하는 재난에서는 더욱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에서 상황실(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이동형 병원(중앙DMAT), 각 지역별 DMAT가 존재하는데, 구성원이 모두 ‘민간인’이란 사실이다. 


관련된 공무원 조직은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한 부서일 뿐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가 재난대응 전담하는 조직도 아니고 그야말로 사무관 1명이 다른 업무도 하면서 재난 업무를 보는 정도일 뿐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 민낯이고 현실이다.

 

정부 조직 내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가 평시에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업무 특성상 보건복지부 장관이 책임을 맡아야 한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일반인도 익숙해진 용어인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같은 정도의 체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시에는 국장급 정도가 재난응급의료대응 업무를 맡고 있다가 재난 발생 시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는 체계를 말한다. 


그리고 현장 출동하는 DMAT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에게 소정의 출동 수당 지급 외에는 보상 등이 전무한 현실도 이번에 개선해야 한다. 


말 그대로 재난 상황에서 재난응급의료를 위해 출동한 DMAT 팀원들의 신체나 생명도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DMAT으로 출동하는 한시적 기간엔 공무원 신분에 준한 법적 보호를 해 준다. 우리나라도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공무원에 준해 신분 보장과 법적 보호와 보상을 해줘야 한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도 정부에서 그만한 책임을 맡을 공무원이 24시간 파견 나와 있어야 하며, 의료적 전문성이 있는 직원과 함께 근무하다 재난 발생 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인력 부족·수당 동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근거, 행정 조직인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에도 응급실이 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들과 전공의도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도 故 윤한덕 선생님과 같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매달 30일 주야간 60번의 상황실 상황당직을 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만 현장 응급실에서 진료업무를 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응급진료는 하지 않고 행정업무만을 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충분히 채용될리 만무하다.


다행히 현재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정도가 있는데 기억하는 바로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 가장 많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상황이다. 


이러니 어쩔 수 없이 민간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지난 2014년 당시 재난응급의료상황실로 개소 때부터 소정의 교육을 거쳐 자발적으로 주야간 2교대로 24시간 상황당직의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향후에도 계속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2014년 이래 한 번도 상황당직의사 수당이 인상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긴 세월동안 필요경비율은 점점 낮아져 실제 지급받는 수당액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공무원들 급여가 2014년 이래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점점 줄고 있는지 묻고 싶다. 


경찰 조사 알려진 이후 12월 상황당직의사 근무 지원 '뚝'


이렇듯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방치하면서도 코로나19 유행에서 코로나19 중증응급환자 전원 업무까지 부여받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아무 불평없이 이를 감당했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이 나라 공무원들은 왜 이런 식으로 전문가들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가? 자신들 급여를 8년 동안 동결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심지어 이번 이태원 참사 이후 출동한 DMAT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경찰 특수수사본부 수사를 받고 국정조사 대상이 됐다는 소문이 돌자 당장 올해 12월 상황당직의사 근무 지원이 뚝 끊겼다. 


보통 월말이 되면 다음 달 근무표가 나오는데, 12월 30일 주야 근무(휴일은 주간 2인 근무) 중 22개 근무에 지원자가 없는 현실이다. 


이것은 과연 누구 책임인가? 그야말로 연약한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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