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개선 필요'
이은솔 변호사(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18.12.07 17:20 댓글쓰기

의약품은 치료적 효능뿐 아니라 원하지 않는 이상반응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개발 당시의 기술로 완전하게 제거되지 못한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또 의약품을 제조, 수입한 제약사, 이를 처방한 보건의료인 등 누구에게도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의 기저질환 또는 개인적 특성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정상적인 의약품을 사용한 후 발생한 부작용 피해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를 2014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는 의약품 부작용의 극복을 민사소송 등 개인 차원의 사법상 권리구제수단에만 맡겨두지 않고, 제약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전 사회적 차원에서 조력하겠다는 정책적 결단에 따라 도입됐다.

이런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안전망으로서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원의 효율적인 운용과 합리적인 보상 기준의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제도의 유일한 보상 재원은 제약사들이 지출하는 부담금으로, 추가적인 재원 마련 등의 장기적 대책 없이 보상 범위만을 확대해나간다면 사업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또 사회적 연대의식에 따라 재원을 부담하는 제약사들에게 부당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도의 목적과 본질에 부합하는 운영이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서 제도의 개선 및 향후 정책 방향을 위한 세 가지 대안을 제안한다. 우선, 추가부담금 부과를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제약사들이 지출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부담금에는 의약품의 공급총액에 비례해 부과되는 기본부담금 및 부작용 피해구제의 필요성이 인정된 의약품에 부과하는 추가부담금이 있다.

추가부담금은 부작용의 원인약물로 결정된 개별의약품에 부과되므로, 사회적 연대의식에 따른 피해분배로 무과실 보상을 규정한 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하자가 없는 의약품의 정상적인 사용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불가피한 부작용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는 바, 무과실 보상이 아니라 손해배상의 성격에 가까운 추가부담금 징수는 폐지하는 것이 정당하다.

또한 비급여 항목 진료비 보상을 위해 정액지급 및 재원 다양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급여 항목은 급여 항목에 비해 진료의 종류와 대상 환자가 매우 제한적이지만, 그 진료비는 상당히 고액인 경우가 많다.

식약처에서 제공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통계의 급여 항목의 진료비 내역을 보면 지난해 총 50명의 환자들에게 보상금으로 지급된 진료비의 합계는 8000만원이며, 이 환자들이 지출한 비급여 진료비의 합계는 약 1억700만원이다.

현행과 같은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진료비 보상에 더해 비급여 진료비 보상이 제한 없이 이뤄진다면, 구제급여 재원이 소수 환자들에게만 집중되고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공정한 구제 기회가 제공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에 다수의 피해자에 대한 공정한 구제 기회 제공을 위해 1인당 지급받는 비급여 지료비 보상액을 제한하고, 비급여 진료비 보상 시 피해구제 사업비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재원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약품의 허가사항 외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 제도를 통한 보상이 적절치 못하다. 의약품 허가사항 외 사용이란 의약품을 허가받지 않은 질환, 또는 허가된 용량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즉 의약품의 허가외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는 제약사가 허가를 신청하고 승인 받은 범위를 초과하여 의약품이 사용된 경우에 발생하는 피해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까지 제약사의 전적인 재원 부담으로 보상하는 것은 정당성이 부족하다.

만약 허가외사용을 보상범위에 추가해 이 제도에 따라 피해구제급여를 지급하고자 한다면, 제약사의 부담금 외에 국고 등 재원을 다양화함으로써 보상의 정당성 및 안정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제도가 시행된지 4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돼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로 자리잡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제도가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비 조성 방안 및 보상 기준 설정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