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결핵 증가, 국가차원 환자 관리방안 필요'
김창기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서울의과학연구소)
2018.12.15 06:35 댓글쓰기

과거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방법이 시도됐다.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하거나 햇볕에 일광욕을 하는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정도로 과거 결핵 치료법은 근거 없는 민간요법이 대부분이었다.
 

최초의 항결핵제인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이 개발되고 나서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스트렙토마이신을 투여 받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이상현상이 발생한다. 일부 환자들이 항생제 치료에 반응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바로 항생제 내성이 발생한 것이다.


결핵약제에 대한 내성은 돌연변이에 의해서 발생한다. 치료 전 인체 내에 있는 결핵균의 대부분은 약제에 감수성이다. 그런데 치료 중에 일부 균주가 돌연변이에 의해서 약제에 내성될 수 있는데 이런 소수의 내성균이 증식해 비율이 증가하면 환자는 더 이상 해당 약제에 반응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점이 확인된 이후 결핵치료는 다른 세균감염증과 달리 병합요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내성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여러 약제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결핵환자들은 엄청난 양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고역을 매일 겪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결핵제 내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핵균은 다른 균과 달리 내성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주고 받을 수 없다. 따라서 항결핵제 내성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인재(人災)인 것이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완료하면 거의 문제가 없으나 치료를 중단하거나 1-2개 약제만 복용하는 등 부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내성발생의 위험은 높아진다.

결핵의 표준치료는 4가지 일차약제를 6개월간 복용하는 것인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일차약제인 이소니아지드(isoniazid)와 리팜피신(rifampicin)에 모두 내성인 결핵을 다제내성결핵이라고 한다.
 

다제내성결핵 치료를 위해서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일차약제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효과도 떨어지고 부작용도 많은 이차약제를 2년 가까이 사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내성이 발생하면 치료기간도 길어지고 치료 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다제내성결핵 보다 더 많은 약제에 내성인 광범위약제내성결핵(extensively drug-resistant tuberculosis)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항결핵제 내성은 과거 소비에트 연방국가들에서 대부분 심각하다. 결핵은 치료기간이 길고 약제복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주의국가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했다.

그런데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어 급격하게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공공의료체계가 완전히 붕괴됐다. 결국 환자들은 스스로 결핵을 치료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결핵관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항결핵제 내성이 폭발적으로 늘게 됐다. 치료에 실패해 내성이 발생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호흡기로 전파되는 특성상 다른 사람에게 내성균을 전파할 수 있다.

과거에 결핵약제를 한번도 복용하지 않는 신규 환자에서 내성결핵이 발생하는 비극이 발생하곤 한다. 벨라루스의 경우 처음 결핵에 걸린 신환자의 무려 38%가 다제내성결핵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항결핵제 내성률은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신규 환자에서 다제내성결핵의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다제내성결핵의 약 10%가 광범위약제내성으로 판단하고 있다.

약제내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결핵의 치료 성공률을 높여서 내성 획득을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내성결핵은 빨리 진단, 추가확산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국가적 차원의 결핵환자 관리방안이 필요하다.
 

90%가 넘는 결핵환자가 민간에서 치료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항결핵제 내성 발생위험이 적지 않다.

다행히 민간공공협력사업을 통해 결핵전담간호사 제도를 운영하여 환자관리를 강화했고 결핵환자 진료에 대한 여러 제도가 마련됐다. 민간에서 결핵환자가 진료를 받더라도 높은 치료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신속한 내성진단법이 개발돼 내성 진단이 많이 개선됐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전체적인 결핵환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내성결핵의 증가는 결핵관리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내성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결핵관리를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더 심각한 형태의 내성을 만들고 있다.
 

내성결핵 치료기간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려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며 임상연구를 통해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수십 년 만에 새로운 결핵약제가 도입됐고 다른 신약도 속속 개발 중이다. 하지만 내성결핵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서 결핵퇴치를 위해서는 철저한 결핵환자 관리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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