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확립, 건강보험재정 확보 첫 단추'
박두혁 데일리메디 자문위원
2019.08.05 10:52 댓글쓰기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표방한 문재인 케어가 2년 만에 3조163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는 정부 발표를 보는 의료계의 눈빛이 싸늘하다.

문재인 케어 덕으로 진료비 부담을 줄인 국민들은 당장 눈앞의 이득만 생각하고 조만간 미래에 다가올 세금·보험료 폭탄은 모르는 것 같다.

최근 복지부가 밝힌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의하면 2017년 8월부터 시작된 문 케어 이후 건강보험보장성의 단계적 확대에 따라 2018년 한해 177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건강보험재정은 올해 3조1636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후 2023년까지 모두 9조5000억원의 누적적자가 쌓일 것으로 예측됐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통해 국민들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 증가로 생긴 계획된 적자라면서, 이를 통해 2017년 8월부터 2019년 4월까지 3600만명의 국민이 2조2000억 원의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적자에 대한 대책은 별 말이 없다. 그저 건전한 재정운영을 통해 2023년 이후에도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10조 원 이상 유지하는 등 당초 계획한 재정운용 목표를 준수하겠다고만 밝혔다. 재정적자를 어떻게 메울지는 말이 없는 것이다.

적자를 메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보험료 인상이다. 금년부터 평균 3.49%가 이미 인상돼 적용되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의료보험료는 지난해 6.24%에서 6.46%로 올랐다. 월 200만원을 받는 월급쟁이의 경우 보험료에 국민연금 4.5%, 고용보험 0,65% 등을 합쳐 17만 3000여 원이 나간다.

보험료를 인상하려니 반대하는 국민들이 두렵고, 선거 때 표 떨어질까 노심초사 하다보니 생각해 낸 게 국고보조금이다.

그러나 국고가 뭔가? 국민이 낸 세금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피해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해마다 대책 없이 오르는 세금에 국민들의 불만이 점점 커질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출을 줄이는 쪽에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의료체계를 바로잡아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단단하게 구축하고 이를 엄격하게 시행하자는 것이다.

최근 대도시의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은 주차장이 마비될 정도로 환자들이 밀려오고 있다.
 
예전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MRI 등 고급장비들을 보험으로 이용할 수 있고, 특진이 아니면 만나볼 수 없던 유명한 교수님 진료도 받을 수 있고, 1~2인실의 상급병실도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대학병원과 대형병원들은 이렇게 환자가 늘어서 좋은 게 아니라, 이렇게 늘어난 환자들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진료하는 시스템 운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자가 늘어난 만큼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과 장비들을 확충하고 이를 관리하는 데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 대도시 주변의 중소병원과 개원의들은 그야말로 말 못할 고민에 빠져 있다. 환자들이 대도시의 대형병원들로 몰리는 바람에 경영이 크게 어려워진 것이다. 이미 여러 중소병원들이 문을 닫았고, 개원의들 폐업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알려졌다.

감기나 소화불량 같은 경미한 질환과 만성질환 등은 1차기관인 동네의원을 이용하는게 정상이다. 또 응급환자를 제외한 모든 환자는 일단 동네의원을 거쳐 2차기관인 중소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더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할 때 3차 기관으로 보내는 보기에 별로 어렵지 않은 이 제도를 확립하는 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가?

재정적자 3000억 원을 감수하면서 보장성 확대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 선까지 올리겠다는 정부가 경영난으로 고통 받는 의료인과 병원들을 위해서 도와줄 일이 정녕 하나도 없다는 얘기인가?

정부는 의료계 협조 없이 과연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형병원 환자 집중으로 환자들이 병원 응급실 대기실에 줄줄이 누워 신음하고 중증 환자들의 진료예약이 몇 달씩 밀리고, 제시간에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생긴다면, 이를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로 채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고액의 보험료와 세금폭탄에 '조삼모사(朝三暮四)'를 깨달은 국민들이 분개해서 들고 일어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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