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의학교육 및 보건의료 백년대계와 대한민국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2019.09.30 05:34 댓글쓰기
[특별기고] 말레이시아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교육 역사는 99년간 지속되고 있다. 1세기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에 국민 건강을 돌보는 관련 종사자들의 전문성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직접 체계적으로 교육시켜 왔다는 얘기다.
 
보건부 산하의 보건의료인교육원(ILKKM)은 전국적인 조직으로 지역 단위에 33개소의 교육원을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의사, 간호사, 보건의료인을 모두 포괄하는 보건의료인 교육 학술대회를 최초로 개최했다. 600명 정도의 간호사와 조산사, 그리고 다양한 보건의료인이 참석한 학술대회로 보건부가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학술대회다.
 
말레이시아는 과거 영국 지배를 받은 이후 아직도 공립과 사립 간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의료민영화 과정을 걷고 있다.
 
의과대학도 한동안 급증하다가 의학협회(Malaysian Medical Council) 선언으로 33개에서 멈췄다.
 
영국의 영향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영국식 제도가 존재하는데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봄 말레이시아 면허기구를 방문한 바 있다.
 
국립대학 학생 그리고 전공의 급여는 모두 보건부가 감당하고 있다. 교육개방 정책으로 영국, 아일랜드, 호주에서 말레이시아에 의과대학 분교를 세워 말레이시아 의학교육의 질적 상승과 국제화에 기여하고 있다.
 
보건의료인 교육에 100년 투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 보건의료인을 위한 의학교육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상상하기 조차 힘든 실정이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의사를 위한 의학교육 학술대회는 개교 27년 밖에 안 되는 IMU(International Medical University)가 교육중심 의과대학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고 국제적인 의학교육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아울러 매 2년 마다 개최되는 의학교육의 평가전문 학회인 Ottawa Conference도 이미 오래전 개최했고, 내년에 다시 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최근 일본도 오타와 평가학회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말레이시아의 보건의료인 학술대회 주제는 ‘Empowering Allied Health Education through Collaboration’으로 지난 20년간 회자되어 온 직종 간 교육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날 보건부 차관급이 장관 대신 참가해 정부의 교육 방침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매우 진지하고 엄숙하게 진행된 기념식순 이후에는 참가자들이 대부분 여성이어서 그런지 한결 밝고 유쾌한 분위기속에서 이틀 동안 학회 일정이 지속됐다.
 
직종 간 교류 및 협력관계 유도해야
 
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인을 위해 별도로 기획돼 개최된 학술대회는 본적도 없고 기억에 없다. 한국의학교육학회는 누구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성장했고, 이제 약 500명의 참가 규모로 확대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의사, 간호사, 보건의료인 모두를 위한 직종 간 협력과 소위 통합적 의료를 위한 학술대회 개최는 아직 이뤄진 역사가 없다.
 
말레이시아 국민소득은 연간 1만2000불을 상회한다. 우리나라는 이 보다 훨씬 높은 3만불을 돌파했음에도 정부가 보건의료인을 위해 의학교육학술대회를 개최하고 6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큰 호텔을 비롯해 여비와 등록비 등 행사 개최 비용을 지원했던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도 매우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영국 영향과 이웃나라인 싱가포르와 경쟁적인 관계에서 말레이시아 의학교육 수준은 매우 높아 보인다. 의학교육 전문가 과정이 활성화 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의학교육 분야에서 석사 학위 이상 취득한 보건의료인이 상당히 많은 것도 사실인데, 이런 배경에는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 중 전문가 과정을 밟았거나 석사 소지자는 그리 많지 않은데 그나마 학교지원이나 정부지원을 받은 사람은 아주 극소수다. 나머지는 자비로 부담하거나 외국기관의 장학금 수혜자들이다.
 
구호만 외치는 우리 정부, 전문가와 현장정책 점검해야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에서 교육자 양성이나 보건의료인 양성에 정부는 무슨 역할을 해왔고,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과거 식민 정부의 유산인지 아니면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인지 정부가 현대적인 국가의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양성에서 보건의료 부분은 아예 관심의 대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회참여형 의료의 구호를 외치는 건보공단이나 복지부나 보건의료인 모두 딱하기만 하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정책토론은 의사가 아닌 보건의료인의 교육을 위한 해외교류를 주제로 공개 토론 형식으로 이뤄졌다.
 
보건부 국장급 인사가 나와 우선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해 내년부터 첫 단계로 태국으로 보건의료인 양성을 위한 강사진과 학생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가난하던 시절 영국 정부의 도움으로 오래전에 보건의료인 교육을 위해 영국과 영연방에 단기 연수제도가 있었다고 회상하며 이제 다시 말레이시아 스스로 해외 단기연수 과정을 만든 것이다.
 
한국과의 교류도 강력한 희망 사항이다. 학회기간 중에 말레이시아 과학기술부에서 온 고위관리가 말레이시아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한 국가단위 계획을 발표하고 세계 여러 나라의 상황도 부연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이들의 관심 대상이어 한국의 로드맵을 주시하고 있었다.
 
고령화 사회 고민 일본, 통합 돌봄정책으로 직종 간 연결고리 강화 주력
 
외국연자로는 UNESCO Scholar인 네덜란드 유트랙트의 교육심리 명예교수, 태국 치앙마이 간호대 학장, 그리고 일본 군마대학의 WHO Interprofessional Education Center의 간호사 출신 교수, 그리고 한국에서 참가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대한 통합 돌봄의 도입으로 직종 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약 10여 년 전 부터 준비해 신영수 교수가 서태평양 보건기구 총재로 재직 시 세계보건기구 지정센터를 군마대학에 유치하고 꾸준히 직종 간 교육을 확산시키고 매년 서태평양 지역 내 국가의 보건의료인을 초청하여 직종 간 교육을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고령화 사회에 대한 통합 돌봄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분분하다.
 
통합 돌봄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건의료인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 종사자들과의 협업이나 협력구조를 적극적으로 필요로 한다.
 
필자는 이번에 초청연사로 참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전해줄 말은 말레이시아의 고령화 사회 진입에 아직 10년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지금부터 지금과 같은 직종 간 교육을 지속하면 통합 돌봄의 도입이 훨씬 수월할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고령화 대책도 모든 보건의료정책과 같이 복지부와 몇몇 관변학자에게서 나온다.
 
일본식 커뮤니티케어를 도입하든 아니면 다른 나라의 다양한 통합 돌봄의 형태를 도입하든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통합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필요한 다 직종간의 협력과 협업을 위한 교육투자가 동반돼야 하고, 나아가 이음새 없는 다양한 직종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별도의 예산 확보가 수반돼야 한다.
 
모든 직종 협업 라인 구축과 인프라 확충
 
정부가 보여주는 통합 돌봄은 논의 시초부터 의료계와 협력구조를 통한 방식이 아닌 관리집단에 의한 정책의 일방적인 하달을 전문직에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이런 정책에 합당한 교육과 연구는 고려사항이 아니고 정치적 가시효과를 우선적으로 염두에 둔다.
 
150조원 가량의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는 저출산 정책의 실패를 보며 적절한 예산이나 관련 분야 종사자들과 생산적인 논의 과정 없이 지나친 정부 주도 개발독재주의식 방법의 한계를 보는 것과 같다.
 
통합 돌봄 역시 전문직 집단과 사전 치밀한 생산적 논의는 없었고 도입에 필요한 교육이나 연구는 고려되지 않아 보인다.
 
고령화 정책도 저출산 정책의 실패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괜한 기우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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