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총파업, 전략·전술 부재 허망했던 싸움'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2020.12.21 19:00 댓글쓰기
[특별기고] 몇 번을 생각해도 아쉬움이 큰 투쟁이었다. 두고 두고 후회할 실책 뿐이었다. 전략도 없었고, 전술적 사고도 없었다. 의사 총파업을 되돌아보며 드는 생각이다.
 
의약분업 이후 20년 만에 결행한 의사 총파업은 부당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일대 사건이었다. 설마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까지 나아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정부의 오만에 경종을 울려준 거사(巨事)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의사 집단의 한계만 고스란히 드러낸 것 외에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 없는 허망한 싸움이었다.

더구나 의대생 국시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결국은 의대생만 희생양으로 만든 꼴이니 참으로 원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의사들 제기 이슈, 국민에 제대로 못알리고 정부여당 반감만 키워" 
 
첫째, 가장 뼈아픈 것은 의사들이 제기한 이슈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채 정부 여당의 조롱만 샀다는 점이다. 정부 여당은 이참에 의사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학병원장 등 의료계 인사들의 사과와 함께 의과대학 교수들의 의대생 국시 재응시 허용 요청에 대해 불가하다며 손을 젓는 정부 여당의 모습에서 그런 인상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당초 의료계가 요구한 것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등 ‘4대 악(惡) 정책’ 철회였다. 그런데 국민은 의대정원 확대 정도만을 기억하고 있다. 언론도 의대 정원 확대 반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 바람에 국민 사이에 ’밥그릇 지키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졌다. 
 
둘째, 의료계의 전면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8월 7일 여의도 집회가 파업을 촉발한 것이지 의협이 치밀한 계획과 전략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의협은 떠밀려 파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도 볼 수 있다. 8월 14일 의협 주최 궐기대회에도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전공의, 의대생들이었다.

이후 대전협은 각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으며, 8월21일부터 휴진투쟁을 시작했다. 의료현장 복귀를 거부하면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정부의 으름장에도 대전협은 굴하지 않았다. 8월 26일 의협이 2차 총파업에 돌입하자 교수들의 지지와 전임의 파업 동참으로 이어졌다. 의사 국가고시를 앞두고 있던 의대생들도 시험 거부와 동맹휴학에 나서면서 투쟁 열기는 한껏 고조됐다. 

"개원의들 참여 너무 저조했으며 이는 대한의사협회장 한계"
 
아쉬운 것은 개원 의사들 참여가 매우 저조했다는 점이다. 그건 곧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한계였다. 대전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의 일사불란한 파업 참여와 달리 대한의사협회는 일부 광역시도의사회와 갈등을 보이면서 지역의사회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또한 긴급한 상황에서 파업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각 직역 대표의 연합체인 범의료계 4대악저지투쟁특별위원회(범투위)가 구성됐지만, 협상 진행 경과에 대해 적시에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극비 문서인 녹취록이 외부에 유출되는 등 결함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범투위 회의에서 "협상을 할 때는 이번 투쟁을 주도했던 대전협 회장이 함께 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지만 묵살돼 결국 의료계 내부 분열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주요 결정은 의협 상임이사회가 좌우했고, 범투위는 자문 역할에 그치고 말았다. 
 
파업이 끝난 후 의협 집행부는 범투위 해체를 안건으로 회의를 개최했지만, 당일 회의에서는 위원들 반발로 범투위를 확대, 개편하는 것으로 의결됐다. 이후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범투위가 과거 의쟁투나 비대위처럼 중대한 결정을 할 권한이 없이 여전히 집행부 종속기구처럼 역할이 제한될 수 있고, 편향적 인적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셋째, 최대집 의협 회장이 너무 서둘러 의정합의문에 서명했다는 측면이다. 최 회장은 9월 4일 전공의들의 반발과 항의시위에도 불구하고 국회, 정부와의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투쟁 열기를 일순간에 잠재워 버렸다. 마치 무엇에 쫒기듯 합의를 한 까닭이 무엇인지 대다수 의사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당장 눈앞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의정 합의를 했지만 합의 내용은 허점이 있었다. 그 때문에 정부 여당은 언제고 4대 악(惡) 정책을 다시 들고 나오고,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할 것이다. 공공의대 설계 예산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사정을 모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방첩약 급여화가 왜 문제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부 한방 이용자를 위해 다수 국민이 건강보험료에서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공공의대가 국민 혈세만 헛되이 쓸 뿐 실효성이나 부작용은 짐작도 못한다. 파업 열기가 정점에 있을 때 4대 악(惡)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정확하게 국민에게 낱낱이 알려야 했다. 
 
왜 의사들은 정부에 당하기만 할까. 이번 파업을 되돌아보며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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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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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위킹홍ㅈㅍ 12.30 00:50
    우월주의, 선민의식, 자위질 그만하고 주변도 좀 보고 해라.
  • 지나가다 12.22 08:39
    그건 아직도 배가 안고프기 때문에...

    절박함이 없기 때문에... 목숨을 걸지도 않고 입으로만 외쳤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도 뼛속 깊숙히 남아있는 선민의식... 당신들 술자리에서 자주 하는 말들을 되새겨 보면 알것... ㄱ ㅐ ㅂ ㅐ ㄱ ㅅ ㅓ ㅇ ... 일반국민들을 이렇게 부르는한 안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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