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런(Long run) 하려면 롱 런(Long Learn) 하자'
김용범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2021.02.08 05:30 댓글쓰기
“요즘도 떡볶이 줄 서서 먹어야 해요?” 
 
오랜만에 병원에 진료 보러 온 팔꿈치가 아픈 환자분에게 건넨 첫 인사였다. 진료를 보다 보면 환자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직업이나 취미를 비롯하여 집안 대소사나 여행 일정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술 하고 2달뒤 여행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는 스페인 여행을 가서 먹은 음식과 가우디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 할 때가 있고, 자녀가 결혼을 하는데 그때까지 회복이 될지에 대한 이야기 도중에 사위 자랑을 듣기도 한다. 등산한 뒤 무릎이 아픈 환자와는 등산의 장단점을 이야기 하다가 북한산 문수봉이 좋다는 이야기로 빠질 때도 있다. 
 
팔꿈치가 아픈 이 환자는 팔을 많이 써서 생기는 질환인 팔꿈치의 외상과염과 어깨의 충돌 증후군으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로 팔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는 것이 중요하여 떡볶이를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차트에 적어 두었었다. 환자분은 본인을 기억해 주는 데에 놀라면서도 좋아하며 말하였다.
 
“아니 선생님은 제가 떡볶이 파는 것까지 기억하세요? 요즘도 장사 잘 되죠. 저희 집 떡볶이 00대학교 앞에서 유명해요 한번 드시러 오세요.” 
 
“시간 있으면 가더라도 올 때 좀 싸가지고 오세요.” 
 
나는 웃으며 농담으로 이야기 했다. 그러자 환자분은 정색하며 말하였다. 
 
“아니 교수님, 아침에 떡볶이를 어떻게 가지고 와요. 선생님 너무 모르시네.” 
 
나는 그냥 자연스러운 진료를 위해 건넨 농담에 너무도 진지하게 환자분은 말을 이어갔다. 
 
“떡볶이는요, 재료 다듬고 양념 만들고 하려면 오래 걸려요.” “1인분만 만들면 빨리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내 말에 환자분은 흥분을 했다.
 
“아이구 우리 교수님 떡볶이 안 먹어 보셨나 보네. 1인분만 하면 그 맛이 안나요. 떡볶이 양념 맛을 내려면 재료를 많이 넣어서 오래 끓여야 해요. 그래야 떡에 양념이 배여서 깊은 맛이 나서 맛있어요. 아침부터 끓이면 오후에나 팔 수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전날에 팔다 남은 거 가지고 오시면 안 되요?”
 
환자분은 더욱 흥분하며 이야기했다.
 
“선생님 큰일날 소리하시네. 전날 만들걸 다음날 어떻게 드려요? 남지도 않지만 팔다가 남은 건 다 서비스하거나 버려요. 저는 먹을 거 가지고 장난 안쳐요. 재료도 좋은 거 쓰고, 위생도 신경 써요. 맛있게 하려고 연구도 많이 해요. 선생님이 환자 때문에 공부 열심히 했듯이 저도 떡볶이 연구 많이 했어요. 저희 집 떡볶이가 세계에서 제일 맛있지는 않아도 제한테 오는 손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 그렇군요. 제가 다음에 꼭 먹으러 갈게요..”
 
떡볶이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열정이 느껴지는 떡볶이 장인의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환자를 위하는 따뜻한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간 트레이닝 받고, 공중보건의사로 3년, 다시 펠로우 2년을 하고 교수가 된지도 7년이 흘러 어느덧 의학을 공부한지 20년이 넘었다.

진한 떡볶이의 양념 맛을 위해 오랜 시간 끓이고 기다리듯이 20년 이상을 배우고 경험하였지만 아직도 배울 것은 많고 경험할 것도 많으며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더 배우고, 더 노력 해야 하지만 진료와 수술이 많아 피곤하다는 핑계로 나태해지고 게을러짐을 느낀다.
 
'롱 런(Long Run)을 하려면 롱 런(Long Learn)을 하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배우고 또 배우고, 노력하고 더 노력해야겠다. 세계 최고 의사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찾아오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떡볶이 장인처럼···.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