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사정 잘아는 내과의사, 우울증 치료 적극 활용'
김용범 대한노인의학회장
2021.12.13 05:19 댓글쓰기
[특별기고]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OCED 국가 중 1위다. 노인환자를 진료하는 우리 학회(대한노인의학회) 소속 회원들이 체감하는 고령 우울증 환자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우리 학회 회원 절반은 내과 의사다. 그 중에서도 개원의가 많다. 최근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 노인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노인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까닭은 뭘까. 우선 사회상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이다. 노인 우울증 환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혼자 지낸다. 자식들이 독립한 이후 홀로 남겨진 이들이다. 대부분은 경제적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까지 나빠지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동네 내과의사들은 고령환자들의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본인은 이 자리에서 18년간 의원을 운영했다. 10년 넘게 지켜보는 단골 환자들이 많다.
 
환자들이 진료를 받으러 오면 병증 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최근 자식들과 연락이 뜸하다던가, 다리가 쑤신다거나. 이런 고민들을 들을며 친구처럼 지낸다.

"이상 징조 감지 등 조기에 고령 환자들 우울증 포착할 수 있어"
 
그러다 보면 ‘이상 징조’가 감지되곤 한다. 최근 고민이 많아진 고령 환자가 밤에 갑자기 잠을 이루지 못한다.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환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내과 전문의들은 이처럼 조기에 우울증 징조를 포착할 수 있다.
 
특히 노인성질환의 경우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잦다. 노인의학회에서 우울증 치료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제는 현재 내과 개원의들이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큰 방벽이 있단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항우울제 SSRI에 대한 처방 제한이다.
 
현재 SSRI는 비 정신과 전문의들은 60일 밖에 처방할 수 없다. 두 달 간 약을 복용하고 나면 정신과로 전원해서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생각할 것은 우울증 조기발전의 중요성이다. 우울증은 처음부터 중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질병과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의 경우 투병 중 우울증이 발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그런데 파킨슨병은 신경과에서 치료를 한다.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의사가 신경과 의사란 얘기다.

"SSRI 처방 제한으로 안하느니 못한 치료 제공 실정"

만일 파킨슨병을 앓던 환자에게 우울증상이 생긴다면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것은 신경과 의사가 된다. 즉, 우울증 초기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반드시 정신과 의사는 아니란 것이다. 때문에 현행 비정신과 의사에 대한 SSRI 처방 제한은 큰 문제다.
 
우울증 환자를 보게 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는 커녕 오히려 환자 상태를 악화시킬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치료약물은 ‘아주 천천히 시작하고 아주 천천히 끊어야’ 한다. WHO 권고에서도 최소 1년 이상 복용토록 권장한다.

그러나 현행 처방제한으로 많은 의사들이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치료를 중단하게 된다. ‘안하느니 못한’ 치료가 되는 것이다.
 
이 약이 처음 도입됐을 때 처방이 제한된 것은 당시에 아주 고가의 약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SSRI보다 훨씬 비싼 약들이 많다. 경제적인 이유로 처방을 제한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단 것이다.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기도 한다. SSRI 처방이 제한되면서 이보다 안전하지 못한 삼환계 약물을 사용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학회 내부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과 의사들이 삼환계 약물을 처방하는 수가 크게 늘었다.
 
내과 의사들에게 처방권을 확대해달라는 것은 정신과 전문의의 영역을 침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가장 적기에 효율적인 치료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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