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K드라마 그리고 'K닥터스'
조재형 교수(미국 시다사이나이 메디컬센터 심장내과)
2022.04.24 18:17 댓글쓰기

[특별기고]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10년 넘게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하고있는 필자는 환자를 보거나 미국 사람을 만나 이야기 할 때, 종종 K팝이나 K드라마에 대한 칭찬을 듣는다.

 

미국에서 ‘BTS’나 ‘블랙핑크’ 팬이라고 이야기하는 환자, ‘사랑의 불시착’ 현빈 팬이라고 하는 사람, ‘오징어 게임’ 에서 나온 깐부를 어설픈 영어로 발음하는 친구를 만나면 K팝과 K 드라마 달라진 위상을 느끼며 한국인로서 우쭐하기도 한다.


K팝과 K드라마는 지난 10여 년간 눈부신 성장을 했다. 미국에서 넷플릭스로 K드리마를 즐기는 나에겐 정말 반갑고 또 자랑스런 일이다.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한 BTS가 한국어 앨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영어 앨범을 발매하고 각종 미국 시상식에서 상을 탄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BTS 대부분 멤버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그들이 부르는 영어 노래는 자연스럽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언어장벽(language barrier)을 넘어섰는지 참 훌륭하고 대견스럽다.


필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에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온 한국인이다. 의대에 가기 전에는 당연히 한국에서 사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의대에 진학해서도 졸업 후 한국에서 의사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예과와 본과를 다니면서 미국 저널이나 전공서적을 읽으면서 미국에 대한 동경이 시작됐고 몇몇 교수님께서 미국에 다녀오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됐다.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후 3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의사고시를 통과한 후 미국병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에서 내과 레지던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모든 한국인이 그렇듯 나에게 영어는 정말 큰 장벽이었다.


처음 6개월간 환자가 하는 말, 간호사가 하는 말, 동료 의사가 하는 말, 모든 영어로 된 말은 정말 알아듣기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모든 것은 극복할 수 있는 장애물이란 걸 알게됐다. 내과 레지던트를 졸업할 떄 쯤에는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가 됐다.


그 후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에서 2년 정도 호스피털리스트(hospitalist)로 경력을 쌓고 시다사이나이 메디컬 센터(Cedars-Sinai Medical Center)에서 박사과정과 심장내과 펠로우십을 마치게 됐다. 이정도 되니 언어장벽은 완전히 허물어지고 영어를 어렵게 느낀 적이 언제였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됐다.


"한국인 의사들,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화 성공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의료시스템은 공보험과 사보험 차이처럼 매우 다르다. 어느나라 의료시스템이 좋은지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하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 지금은 시다사이나이 메디컬 센터에서 페컬티로 남아 환자 진료와 기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다시 K팝과 K드라마로 돌아가 보자.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 구성된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이렇게 성공할 지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한국은 매우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는 매우 경쟁적인 나라다. 뛰어난 인재들이 외국에 가서 꿈을 펼쳐보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말만 하는 한국인도 충분히 외국에 나가서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하고 의사 생활도 할 수 있다. 유독 의사라는 직업만 한국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


“한국 사람들은 배도 잘 만들고, 핸드폰도 잘 만들고, 차도 잘 만드는데, 왜 국방만은 못 한다는 말입니까?”


정치적 견해를 떠나 한 전직 대통령의 명연설이다. 비슷하게 인용해 보자면 ‘한국 의사들은 진료도 잘 하고, 환자도 잘 보고, 연구도 잘 하고는데, 왜 한국에서만 의사를 하려고 합니까?라는 문장이 된다. 


K팝, K드라마 그리고 이 다음에는 K닥터스가 나오는 시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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