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증 생태계 활성화 기대”
황성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장
2022.05.30 05:10 댓글쓰기

의료기기산업 지원업무를 8년 동안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느낀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그중에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은 산업 전주기에 있어 국내 의료기기 발전을 위해 의료기기 주요 사용자인 의사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의료진과 환자의 수요에 기반한 현장 맞춤형 의료기기 개발 및 제품화를 위해 의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이런 측면에서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 의료진의 관심과 참여는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된다.


최근 식약처는 2021년도 의료기기 생산 및 수출입 실적 현황을 발표했다. 2021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약 9조원, 생산실적은 약 12조 8000억원이다.


최근 급성장한 체외진단의료기기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지만, 해외수출은 약 10조원으로 대부분의 지표에서 두자릿수 이상 성장으로 시장 확대를 이어나가고 있다.


2021년 약 6000여 건의 의료기기가 식약처 인·허가(신고 포함)를 획득했으나, 임상 자료 제출 대상 제품은 약 95건에 불과하다.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달리 제도적으로 인·허가 시 임상시험을 거치는 경우가 매우 적어, 국내 의료기기는 해당 허가 제품군에서 글로벌 기업 제품과 비교 등 혁신성을 검증할 임상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고 있다.


그러나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의료기기기업의 특성상 자금 부족으로 인해 임상시험이 요구되지 않는 1·2등급 제품 중심의 개발이 많고 연구 단계부터 보험 수가를 고려하지 않은 임상 설계가 이뤄지기도 한다.


따라서 제품 원천 기술개발 R&D 외 개발된 제품의 임상적 혁신성 검증을 지원해 현재 중저위 기술수준에서 경쟁하는 산업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국가 단일보험 체계하에 인·허가 이후 별도 보상을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신의료기술평가는 인·허가 이후 충분한 비용효과성 등 실사용 근거를 축적하지 못한 혁신의료기술 개발에 대해 장애 요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속한 임상 도입 필요가 있는 의료기술을 대상으로 다양한 조건부 시장 진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임상적 유효성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라도 혁신성이 인정되면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혁신의료기술 별도평가 트랙을 도입 운영 중이다.


또 안전성 우려가 적은 신의료기술의 시장진입 확대를 위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등 유망한 의료기술의 임상 조기 도입 등을 위해 일정기간 동안 임상 근거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해외 사례를 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혁신기술의 의료현장 진입을 장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험청(CMS, 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은 기존제품과 다른 혁신적이고 새로운 기술 또는 상당한 임상적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경우 추가지불보상(NTAP, New Technology Add-on Payment)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독일의 경우 2019년 디지털 헬스케어법이 통과되면서 디지털헬스 앱을 건강보험의 급여대상으로 포함시켜 임시로 수가 적용을 허용하며, 그 기간 동안 환자 치료의 효과성이 입증될 경우 지속적으로 수가를 적용한다.


프랑스는 건강보험 제도 내에서 혁신의료기술(의료기기)를 지원, 보급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근거가 미흡한 의료기술에 대해 지속적인 근거창출을 위해 비용을 지원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산의료기기의 의료현장 도입에 필요한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상급종합병원 12개를 5개소의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로 선정해 혁신적인 국산의료기기 제품(기술)의 실증 플랫폼을 구축한 바 있다.


현재 임상과제 40건, 비임상과제 59건으로 총 99건의 실증과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병원에서 시범사용을 통한 임상 실사용 데이터 축적으로 신의료기술평가 및 건강보험 급여등재 등에 필요한 근거창출 및 구매성과 확산 지원을 위해 총 41건 시범보급 과제를 운영 중이다.


다만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는 단기(5년) 사업으로 올해 사업이 종료된다. 대신 2024년 신규사업 추진을 목표로 의료기관(병원) 임상 인프라 기반의 의료기기 실증을 위한 대규모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중장기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상근거 성과 창출을 극대화하고, 혁신 제품의 시장진입 활성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먼저 수입대체효과가 크고 고부가가치 시장진출이 가능한 주요 품목의 현장 도입, 희귀·난치성 등 특수성 있는 질환 및 진료환경에 있어 대체 의료기기가 부재해 국내 수급이 어려운 품목은 연구개발을 지원할 것이다.


이를 통해 도출된 연구결과는 국내·외 의학회 발표를 통해 우수사례로 확산되고, 국내 제품의 고도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의료기기 가치 보상을 위한 실증 근거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기획 중에 있다.


혁신적 유망기술로 가치보상 이슈가 있는 품목 또는 기존 의료기술(기기) 개선 품목은 혁신성 검증을 통한 보상 근거 마련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의료기기 유효성 검증 또는 시판 후 의료진의 사용경험 뿐만이 아니라, 경제성 및 편익 분석, 비용-효과성 입증, 기술대체 등 고도화된 임상 연구 지원을 통해 혁신성 평가기준을 도출하고, 보험 제도권 진입의 근거를 마련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임상 프로토콜 설계를 위한 전문가 및 규제 관련 기관 컨설팅과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임상평가 계획 과정부터 체계적이고 면밀한 검토는 물론, 임상 시험 수행 인력들이 임상 관련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증대시키고 제품의 임상적 성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까지 사업의 범위에 담고 있다.


더불어 혁신 의료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 및 활성화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계와 실증 생태계 구축에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의료기관 및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로 한국 의료기기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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