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 대한 대처 방법"
김민후 연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2022.06.13 05:20 댓글쓰기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잘못됐다'고 차분하게 내 감정을 알리고 '나를 더 존중해달라'고 대처하라는 조언이 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언은 아니다.


내가 이미 사회인이라면, 내게 함부로 하는 누군가에게 속시원히 대항을 못하는 것이 내가 '착해서' 혹은 '대항할 줄 몰라서'가 이유인 경우는 거의 없다. 불쾌하다는 감정을 상대방에게 차분하게 표현할 줄 몰라서인 경우도 드물다. 


대부분은 내게 함부로 하는 사람은 나보다 권력이 우위에 있거나, 내게 월급, 생활비를 주는 입장이거나, 그 사람 마음 속에서는 내가 그저 그런 위치인데 나는 그 사람의 애정이나 관심을 갈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내가 특별히 착한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특별히 못된 것도 아니고, 내가 그 사람보다 약자, 열세의 입장에 놓여있기에 그 사람이 내게 함부로 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내가 정반대 입장에 놓인 사람에게 똑같이 함부로 하고 있을 수 있다.


직장상사, 시부모, 장인장모, 남편, 부인, 친구, 애인 등이 내게 자꾸 함부로 대하고 무례하게 대한다면 그 사람들은 대부분 내게 관계적 우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승진, 진로, 급여, 경제적 지원, 생활비, 우정, 애정 등에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고 그 사람들은 내게 아쉬울 것이 별로 없을 때, 그들은 나를 함부로 대하고 무례하게 대하게 된다.


식당에 갔는데 주인이 유독 '나한테만' 불친절하다면 나 말고 다른 손님이 오는 게 주인에게 훨씬 이득인 어떤 상황이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내가 유독 혼자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싼 메뉴만 시키고 오래 앉아있어서 나한테 불친절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니 대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그 사람들한테 바라는 것을 포기할 각오 없이 '차분하게 불쾌감을 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사람들의 인격이 대단히 훌륭하다면 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뉘우치고 다른 모습으로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인격이 훌륭했다면 자기들이 우위에 있다고 애초에 나한테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내 말을 듣고 그 사람들이 반성하고 내게 이전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건 내가 말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고 그 사람들의 정신적 역량이나 인격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서 그런 것일 가능성이 높다.


장사 잘 되는 식당 피크타임에 가서 혼자서 4인 테이블을 차지하고 제일 싼 메뉴만 하나 달랑 시키고 1시간씩 공들여서 천천히 씹으면서 먹으면 주인이 나한테 불친절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고객한테 이렇게 불친절해도 되냐, 지금 사람 차별하냐고 따져서 혹시 주인이 반성하고 나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면 내가 말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고 실은 내가 진상이고 주인이 보살인 것이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상사에게 밉보여 직장을 그만두거나 승진을 포기할 각오가 돼 있다면, 교수에게 밉보여 학계에서는 일할 가능성이 사라질 각오가 돼 있다면, 시부모나 장인장모가 이미 해줬거나 현재도 도와주고 있는 경제적 지원을 송두리째 거둬가는 것이 괜찮다면, 남편이나 부인과 언제든 헤어질 각오가 돼 있다면, 내가 더 좋아하는 친구나 애인과 관계가 끝나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살 수 있다.


내가 관계에서 열위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얘기 다 했더니 상대방이 반성하고 바뀌었다면? 실은 내가 진상이고 상대가 나보다 훨씬 인격이 뛰어난 사람임을 깨달아야 한다. 대등하지 않은 관계를 포기할 각오만 돼 있다면 우리는 대인관계에서 얼마든지 당당할 수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상대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딴 회사에서 스카웃하려고 기를 쓰는 인재가 되거나, 교수가 나 없이는 제대로 된 논문을 쓰지도 못할 정도로 나한테 의지하거나, 시부모, 장인장모가 도리어 나한테 경제적 지원을 받거나 하는 상황이 되면 큰소리 탕탕치며 살 수 있다.


나한테 맨날 불친절한 식당에서 갈 때마다 제일 비싼 메뉴를 후딱 먹고 금방 자리에서 일어서면 내가 뭐라고 말솜씨를 부리지 않아도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그게 불가능하면 참고 살아야 한다. 인생의 모든 것은 선택이고, 양손의 떡을 다 가지려고 하는 것은 어린애 같은 마음이다. 툭하면 그렇게 어린애 같은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을 우리는 진상이라고 부른다. 


내 선택으로 자존심 상하고 괴로울 때도 의연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멘탈이 강한 사람이다. 상대가 내게 함부로 하는 굴욕을 견디는 것은,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내 생존과 내 가족에 대한 책임을 위해 스스로 받아들인 선택임을 되새겨야 우리를 괴롭히는 화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대에게 바라는 게 없으면 우리는 당당해진다. 나는 상대에게 바라는 게 많고 상대는 나를 대체할 존재가 얼마든지 있을수록 상대가 내게 함부로 하는 것도 당연하다. 내가 불쾌하다고 말하고 항의하면 상대를 나를 팽하면 그만이다. 


잘 생각해보면 나도 남들에게 그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나 상대이나 애초 인격이 둘 다 비슷한 수준이고 누가 별반 뛰어나지도 않은데, 내 이득대로 받을 것은 다 받으면서, 나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존중은 존중대로 또 받고 싶다는 것은 아주 애기같은 멘탈에서 온 판타지에 불과하다.


"나한테 이렇게 대한 건 니가 처음이야!" 잘생겼지만 성질이 더러운 실장이 내 따끔한 항의에 이런 대사와 함께 개과천선한다는 것은 대중문화 속에만 존재하는 판타지고 식상한 클리셰다. 현실에서는 대체로 내 모가지가 뎅겅 잘리고 내 자리는 딴 사람으로 대체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내면의 성숙이 시작된다.



관련기사
댓글 20
답변 글쓰기
0 / 2000
  • 송정은 04.18 10:4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현실 04.03 20:51
    되게 현실적이고 좋은글이라 생각합니다만 욕을 많이먹네요. 이상적이고 도덕적 옳고그름을 따지면 여러분말도 일리가있지만 현실은 그렇지않죠 사는데에 높은 도덕적소양은 필요없구나라는걸 많이 느낍니다 상당수가 거래로, 경제가치로 이뤄진다는것을 느낍니다
  • 아줌마 03.11 22:24
    상대방이 나에게 함부로 대할때

    받아치는 사람이 있고 가만히 있는 사람이 있다

    받아치는 사람은 그사람과 수준이 비슷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오히려 그사람이 저거 밖에 안되는구나 하고 무시하고 상대를 안할뿐이라 생각한다

    상대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모두가 을이라고 지칭하는건 좀 틀린말같다~~~

    생각의 깊이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 깊이를 모르는 인간들은 끼리끼리 모이게 되어있는법

    그런놈 때문에 내정신건강을 헤치지 말자~~^^
  • ㄱㄱ 12.26 13:21
    나는 조금이나마 공감이 가는데?화를 내지말라는건 말도안되고 본인의 감정해소를 위해서라도 화는 내야됨.근데 사회생활이라는게 나 하고싶은 말,내 감정 다 표현하고 살 수만은 없으니까.근데 애초에 저 사람이 나한테 무례하게 대한거에대해 화를 낼때 그냥 나의 불쾌감을 표현하는게 목적이지 저 사람이 뭔가 바뀌기를 변하고 화를내는건 큰 의미 없는거같음.저 사람말대로 화낸다고 바뀔 인성이면 진작에 그렇게 안했을뿐더러 인격이 훌륭한건데 인격 훌륭한사람 생각보다 적음.내가 왜 저사람한테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 이유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객관적으로 없으면 저 사람은 나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하게 '을'입장에 있는 다른사람에게도 저렇게 하는 습관 또 나올것이기에 어차피 세상은 다 알고 복수해줌.
  • 어이없 12.01 13:52
    이런 사람이 정신과 의사라니..

    이 사람한테 진료받다간 정신 더 돌겠는데?

    본성대로 산다면 인간이 짐승이랑 다를게 뭔데?

    의사나으리 가서 도덕공부나 더 하고 오슈
  • 댕강 11.21 03:40
    원장님은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 경증환자는 수익이 적으니 무례하게 구시고 중증환자는 극진히 모시나 보군요?

    경증환자는 원장님의 태도를 당하고서 겸허하게 받아들여서 내면의 성숙을 이룩한다? 기발하다 ㅋㅋㅋㅋ
  • 이성자 10.11 14:52
    상처를 안받는 것은  상대방이 나에게 상처주는 말을 했을때

    내머리로  판단하지않고  생각하지 않고 나쁜 마음도 갖지 않습니다 일체 그대로  둡니다
  • 이성자 10.11 14:43
    세상사  가정에서 남편에게 함부로 말을 듣는다는것

    이젠 말을 안섞습니다 그사람 성격이 그러니까 그ㅡ말에 이제는 동요 하지 않습니다

    혼자 말하게 둡니다 본인 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둡니다

    그러니 속 끓일게 없습니다 그래  무시도  아닙니더  반응을 안합니다  생활안에서 자신이 언하는 대로

    이제 나이 칠십이 넘다보니 원래 성격은 안바뀝니다  내버려 둘수 밖에                                                                                                                                                                                                                                                                                                                                                                ````
  • 이종희 10.06 12:37
    와 존경합니다
  • 르브롱 09.06 14:12
    솔직히 돌려말하지않고 팩트로그냥 뼈때리는말이다 이세상사 모든관계가 갑과을이더라 직장 친구관계 갑과을은 너무나 당연한거고 심지어 천륜이라는  부모자식간에도 내가대학졸업후 몇년동안취업이안돼서 부모집에서 취업도못하고 백수로 눌러붙어살아보니 아주그냥 은근히무시하고 나중에는 대놓고 무시하더라 지금은 독립하고 취업해서 용돈도드리고하니까  집에가면 아주그냥 상다리부러지게 차려주더라
  • 2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