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인은 정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가"
최청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
2022.07.03 20:05 댓글쓰기

최근 대법원은 "의사는 상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의료법상 의사 영리 추구 활동을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며 의료행위를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작금의 진료현장에서 의료인은 정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가.


지난 6월 15일 응급실에서 진료 중인 의사가 흉기인 낫으로 뒷목에 자상을 입는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도 부족해 같은 달 24일에는 某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방화미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의료인이 어떤 보호를 받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지난 2018년 11월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럼 폭행 상황이 개선됐는가.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1200여 명 의사를 대상으로 폭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가 놀랍다. 의사 10명 중 8명(78.1%)이 최근 1년 이내 폭언이나 폭행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4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폭행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 중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다. 응급실 폭행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의료기관의 소극적 대응 및 불충분한 보안 인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전인수 아닌가. 의료법상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의료인이 진료 현장에서 폭행을 당했는데 “네가 잘못했어. 스스로 보호해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과연 이게 폭행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인가.


이에 대한 상반된 조사 결과가 있다. 2018년도 대한응급의학회지에 따르면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신고 만족도가 5점 만점에 1.7점 밖에 안됐다는 것이다. 의료인을 탓할 수 있는가. 오히려 경찰의 소극적 대처가 폭행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아닌가.


"대법원 판결, 의료법은 정부가 의료인 보호 책무 부여"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 매뉴얼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개선책이 무엇인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이번 살인미수 사건을 계기로 정부 지원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보건복지부는 이미 환자안전관리료 수가에 반영하여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극히 일부분이 수가로 반영돼 있다. 하지만 보안 인력, 보안시설 및 장비 마련에 턱없이 부족한 재원임은 보건복지부도 부인할 수 없는 공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왜 불안한 심경을 지울 수 없을까. 이번 살인미수 사건이 오히려 의료기관에 부메랑이 될까 싶어서다. 항상 그렇듯 사건이 발생하면 대책 마련 책임은 의료기관 몫이었다.


이에 이번 대법원 판결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법이 의사 의료행위를 보호하는 취지는 다름 아닌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의료인 피해는 결국 국민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의료법은 정부에 의료인을 보호할 책무를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또 다시 공공성, 윤리성이라는 미명 하에 의료인, 의료기관을 옥죄는 미봉책이 아닌,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럴 때 비로소 정부는 그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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