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증의 '병리학적' 소견
김동훈 대한병리학회 총무이사(강북삼성병원 병리과)
2020.04.01 05:50 댓글쓰기

소박하지만 나름 희망을 갖고 시작한 2020년 경자년(庚子年)도 4분의 1이 지나갔다.

연말 송년회, 그리고 올해 신년회를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이제는 봄의 화신 진노랑색의 개나리를 비롯해 연분홍색 진달래, 하얀색의 벚꽃까지 활짝 피었다. 봄 기운이 완연한 날씨가 정말로 좋은 일상(日常)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범사(凡事)에 감사하다는 말이 절실히 느껴질 것이다. 평범한 생활이 축복인 사회. 항상 평범했던 일상도 특별해지는 이 순간들. 코로나19로 인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을 보낸 지도 벌써 2달이 다 돼 간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도 이미 겪었지만 이렇게 장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학회활동 금지, 해외여행 금지, 각종 모임 금지 등을 강요하는 감염병은 신종 코로나19가 처음이다.

예전 이맘 때면 날씨는 좋은데 미세먼지 등으로 공기가 안 좋아 밖에 나가는 것을 주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미세먼지를 두려워했던 것은 사치였던 셈이다.

주말에도 집안처럼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미세먼지가 있어도 마음 편히 돌아다녔던 때가 그리워진다. 미세먼지가 많아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었던 과거 봄날들이 사실은 얼마나 평화롭고 감사했던가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병원내 이메일을 보면 요즈음의 시류를 대강 읽을 수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스팸메일이 각각의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메르스나 신종플루가 유행일 때에는 메르스 검사나 신종플루 검사 장비 관련 스팸메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더니, 요즘은 코로나19 진단시약 및 진단장비 광고와 관련된 스팸메일 천지다.

병리의사로서 국란을 초래한 코로나19 감염을 보며 느낀 것이 있다.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등 모든 언론이  임상적인 증상 및 치료 등에 관해 논의를 하지만 병리적인 원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드물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험성은 염증반응과 관련 커"

사실 코로나19가 무서운 이유는 염증반응과 관련이 있다. 염증은 크게 급성염증과 만성염증으로 구분된다. 급성염증은 바이러스에 맨 처음 노출됐을 때 일어나는 반응으로, 바이러스 침입 후 수시간 또는 수일 동안 지속되며 이때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 만성염증으로 넘어간다.

급성염증은 만성염증에 비해 목젖이 부어오르고, 발열, 통증 같은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염증이 발생하면 우리 몸에서는 염증의 화학적매개체가 만들어진다. 코로나19 감염에서 열과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여러 화학적매개체 중에 프로스타글란딘이 주로 작용한다.

염증반응이 없다면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염증반응은 바이러스를 제거해줘 우리 몸을 보호하는 상당히 유익한 반응이다.

그런데 염증반응이 바이러스만 제거해주면 좋은데 가끔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인데 이것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면역세포와 거기서 분비하는 활성화합물인 사이토카인이 바이러스만 죽일 수 있는 양보다도 훨씬 더 많이 과잉생산돼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세포도 공격한다.

그 결과, 여러 장기들이 손상되고, 우리 몸 안에 액체가 축적돼 부종도 심해지면서 폐렴 등이 더 악화돼 호흡곤란으로 이어져 환자 사망률이 높아진다.

오히려 면역력이 강한 젊은 사람에게서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젊은 환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 면역력이 강한 젊은 사람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2020년 3월 26일 기준(美 존스홉킨스대학)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51만명이고, 사망자 수는 2만2천명을 넘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기하급수적인 불길한 흐름이다.

전세계적으로 처음 확진자 발생에서 10만명 도달하는데 67일, 20만명까지 11일, 30만명까지 늘어나는 데는 4일이며 40만명까지는 단 하루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2~3달 후면 전세계적으로 하루에 백만명 또는 천만명 단위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며 자칫 의료시스템이 붕괴돼 사망자 또한 통제가 되지 않는 아비규환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전세계 인구가 약 74억명으로 추산되는데 40%만 감염된다고 가정해도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약 30억명, 사망률을 낮게 잡아 1%라 하더라도 3천만명이 될 수 있다.

세계대전급 전쟁 전사자와 맞먹는 피해 규모로 코로나19의 전세계적 대유행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것이다.

"온도 올라가면 코로나19 약해지지만 쾌적한 실내는 위험, 경증환자는 폐섬유증 발병 가능성 낮아"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이 많지만 우선 관심사로 꼽히는 것이 바로 날씨와의 연관성이다. 그렇다면 날씨와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과는 상관이 있을까?

바이러스는 크게 DNA바이러스와 RNA바이러스로 구분한다. DNA바이러스는 유전체구성 가닥이 두개고, RNA바이러스는 한가닥이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로 유전체구성 가닥이 한개인 바이러스다. 날씨가 더워지고 습도가 낮으면 이런 RNA바이러스는 구조가 취약해져서 전파력이 대체로 약해진다.

그러나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는 겨울철에도 모기가 있듯이 밖의 기온과 관계없이 쾌적한 건물 내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로 사람들이 폐섬유증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 이유는 아마도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과거 트라우마가 너무 강해서일 것이다. 한번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완치되더라도 가습기살균제 환자처럼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야 한다니 어찌 공포스럽지 않겠는가?

하기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부분이 어린아이 및 그 엄마들이었다. 또 방송을 포함 언론을 통해 폐섬유증을 앓는 환자들의 고통이 생생하게 중계돼 그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겠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와 폐섬유증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경증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반적 견해다. 중증폐렴에서 회복된 경우에 국한해 폐섬유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설령 생기더라도 가습기살균제의 그것과는 임상 양상이 다르다.

세번째로 언제까지 이러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하고 언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할까?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마도 계속 이런 생활이 계속될 것이다.

"백신보다는 치료제가 먼저 개발될 것으로 전망"

일반적으로 독성시험 및 수차례 임상시험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백신보다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먼저 개발될 것이다.

현재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나 ‘프레지스타’, 독감치료제인 ‘아비간‘ 등이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정부 주도 및 민간의료기관 주도의 다기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밖에 완치된 환자의 혈청을 이용한 항체치료제도 개발 중이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언젠가는 정복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확진자’를 ‘살이 ‘확찐자’로 살짝 비틀은 말의 유희처럼, ‘확찐자’ 동선을 우스개 소리처럼 이야기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는 나날에도 위트가 사라지지 않다니 우리나라 국민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외국에서 우리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집중 조명되는 등 역병을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하긴 우리는 1,000여 회의 외세 침략을 극복한 민족이 아니던가? 그 극복의 유전자가 우리 국민들 몸에 각인돼 있을 것이다. 무수한 국란도 극복한 만큼 다른 나라들보다도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빠른 시일 내 예전과 같은 일상(日常)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는 나만의 희망사항이 아닐 것이다. 모든 국민의 건강을 기원하며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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