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인구 1천만명 시대, 탈모치료 뉴 노멀은?
박병철 교수(단국대병원 피부과)
2020.06.15 10:16 댓글쓰기
[기고] “먹는 약, 바르는 약 말고, 좀 더 획기적인 치료법은 없나요?”

남성형 탈모환자를 진단한 후 처방한 약을 설명하다 보면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받는 질문이다. 특히 탈모 증상에 민감한 젊은 환자들일수록 새롭고 획기적인 탈모치료법에 대한 기대가 간절하다.

환자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질환은 1년이 멀다 하고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되는데, 남성형 탈모치료분야에서는 올해 국내 출시 20주년을 맞이한 프로페시아가 아직도 가장 많이 판매되는 치료제이니 말이다.

탈모를 정복하는 개발자는 노벨의학상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질환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높은데, 정작 치료법은 20년간 동일하니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탈모치료의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을 찾는 환자들의 심정도 알만하다.

그렇다면 왜 유독 탈모치료제는 오래된 약들을 의사들이 선호할까? 환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김이 샐 수 있겠지만 지금 있는 피나스테리드(FDA 및 KFDA 승인 20년 이상), 두타스테리드(KFDA 승인 10년) 미녹시딜(FDA 및 KFDA 승인 20년)과 같은 치료제가 현재까지는 최선의 치료옵션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첫째, 약품의 특성적 입장에서는 이런 약이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 받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남성형 탈모는 한번 발현되면 평생 진행하는 질환이므로 장기간의 지속적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의약품이 장기간 복용해도 꾸준한 효과를 보이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제품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최근에는 탈모에 대한 조기 치료를 받고자 20~30대 젊은 남성형 탈모 환자들이 많아 지고 있는데, 이들의 경우 추후 약에 대한 장기복용 가능성이 있고 또한 취업, 결혼 등의 사회 환경적 상황까지 고려해 장기간의 다양한 임상연구 데이터를 가진 약을 치료옵션으로 선택하는 것이 권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나스테리드의 오리지널 약인 프로페시아(PropeciaⓇ)의 경우 유일하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5년의 유효성 연구뿐 아니라, 해외에서는 10년 단위의 장기 임상연구 및 다양한 연구를 통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논문 등을 통해 검증을 받았다.

처방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탈모 치료제는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해피드럭(happy drug) 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질환의 치료 목적을 위해 때론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복용하는 치료약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탈모치료제는 탈모 치료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약이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하나의 선택적 치료법이므로 환자의 다양한 의료 및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장기간의 안전성이 입증된 약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탈모치료의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적 치료옵션이 아니라 효과적이고 안전한 검증된 치료법 권고"

둘째, 남성형 탈모의 다양한 유형과 단계에서 두루 효과적인 치료제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피나스테리드와 미녹시딜제제는 전세계적으로 남성형 탈모치료제의 근간을 이루는 약물로(한국에서는 두타스테리드 포함) 경증부터 중등도 남성형 탈모에서 권고되고 있으며, 남성형 탈모 발생 부위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

최근에 한국인에서는 'M'자형 탈모 치료제에 관한 관심이 많아졌으며 이에 대한 항간의 이야기도 일부 있다. 그런데 'M' 자형 탈모라는 것은 새롭게 제시된 BASP 탈모 분류법에 의해 정의되는 것으로 사실 BASP 분류에 의한 탈모 치료제의 효능을 평가한 것은 2019년에 발표된 한국에서 피나스테리드(PropeciaⓇ) 를 대상으로 한 연구 뿐이다.

이 연구에서 피나스테리드(PropeciaⓇ)는 Specific type 인 ’V’, ‘F’ 타입 뿐 아니라 BASIC type 인 'M'형, 'C'형, 'U' 형에서도 개선 효과가 있었다. 그 외 모든 국내외 연구는 탈모 진행 정도를 기반으로 한 Norwood-Hamilton 분류에 의한 탈모 치료제의 유효성을 평가한 것이다.

따라서 특정 타입에 어떤 치료제가 더 효과가 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연구 논문을 기반으로 한 의학적 기술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5알파 환원 억제제인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모두 탈모 초기부터 진행된 상황에 이르기까지 전(全) 단계에서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탈모 원인과 약의 작용 기전상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는 모두 전두부 탈모보다는 두정부 탈모에 조금 더 효과가 있으므로, 탈모 부위에 따른 효능의 차이를 알고 처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그리고 미녹시딜은 다양한 탈모치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는 공인된 치료제라는 점이다.

특히 피나스테리드(PropeciaⓇ)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유럽피부과학회, 일본피부과학회 및 아시아인의 탈모 치료 가이드라인 모두에서 1차 치료제로 강력히 권고되는 경구용 남성 탈모치료제이며, 한국의 식약처는 물론 미국 FDA에서 승인 받은 약물이기에 1차 치료제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약이다. 
 
요즈음에는 탈모에 대한 관심으로 이들 승인된 치료 약 외에도 다양한 건강 보조식품, 샴푸 등이 탈모에 사용 되도록 시장에 나와 있지만, 사실 아직 까지 의약품 수준의 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으며, 그 효능을 의학적으로 확인할 근거가 부족하다.

검증되지 않은 이들 제품이 새롭고 획기적인 트렌디한 것처럼 시중에 알려진 것과 달리, 피나스테리드나 미녹시딜이과 같은 탈모치료제는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은 좋은 치료옵션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제품이라고 해서 환자들에게 올드 노멀(old-normal)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 의료진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코로나 이후 도래한 변화 대응에 있어, 오래된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의 표준은 무엇이 될 것인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마찬가지로 탈모 치료에서 권고돼야 하는 것은 ‘획기적’이고 ‘새로운’ 치료옵션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검증된 치료법인 것이다.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당부는 탈모라는 생각이 들 때는, 꼭 전문가를 통해 자신의 탈모증상을 정확히 진단받고 검증된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와 관리를 지속한다면 탈모도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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