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많은 '희귀신경혈관질환'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의학 임상과장
2022.04.04 11:50 댓글쓰기
[특별기고] 희귀질환이란 일반적으로 환자 숫자가 2만명 이하인 질환이다.(2015년 보건복지부) 이들 질환들은 발병이 드물기 때문에 진단상 어려움으로 인해 유병률을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암, 심장질환 및 뇌졸중과 더불어 건강보험 산정 특례를 적용 받을 수 있으며 헬프라인(Helpline) 이라는 웹사이트에서 1000개가 넘는 희귀질환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https://helpline. kdca.go.kr/). 
 
희귀질환에 포함될 수 있는 희귀신경혈관질환은 상대적으로 산정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발생 빈도가 적고 진단 및 치료가 어려워 환자에 대한 진단 자료 및 빈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희귀신경혈관질환 중에서 그나마 진단이 좀 더 많이 돼 한국에 많다고 알려진 질환들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1. 해면정맥동 경막동정맥루(Cavernous sinus dural arteriovenous fistula)

해면정맥동 경막동정맥루로 인해 충혈된 우측 눈 (화살표). 복시를 잘 동반한다.
 
경막동정맥루는 뇌를 싸고 있는 3개 막 중에서 제일 바깥쪽에 있는 막이다. 뇌실질뿐만 아니라 뇌척수액도 담고 있는 단단한 막으로 두개골 안쪽 벽에 붙어 있어서 경막(Dura mater)이라고 한다.
 
경막 역할 중 하나는 뇌정맥이 흘러 가는 정맥동(venous sinus)을 이뤄 정맥혈관 통로를 이루는 것이다. 경막에서 동맥과 정맥사이에 비정상적인 교통이 발생하면 정맥압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동정맥루(fistula) 혹은 동정맥사이 구멍(shunt)라고 한다.
 
경막동정맥루는 뇌동정맥 기형의 하나지만 수술 및 타박상, 혹은 정맥혈전 등이 선행되는 경우가 있어 선천적 질병이라기 보다는 후천적으로 50대 이후 나이에서 주로 발생한다. 
 
경막동정맥루는 발생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므로 초기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해면정맥동(cavernous sinus)에 많으며 서양인에게는 가로정맥동(transverse sinus)에 많다(1).
 
해면정맥동은 뇌기저부(뇌바닥) 중앙에서 뇌의 정맥들이 만나 함께 흘러가는 터미널과 같은 곳이다. 여기 혈류는 대뇌나 소뇌 표재부 및 심부정맥과 안(눈)정맥들이 연결돼 있다. 이러한 연결관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상승된 정맥압이 어디로 전달되는가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해면정맥동 경막동정맥루의 흔한 증상은 눈이 충혈되면서 붓고 복시가 나타나 물건이 2개로 보인다 (사진 1A). 안압 상승을 동반하여 시력이 저하되는 경우 시력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대뇌나 소뇌 혹은 심부정맥으로 역류하는 경우는 뇌부종이나 뇌 출혈이 발생한다. 먼저 뇌부종이 나타나면서 신경학적 이상이 생기는데 정맥압 상승에 의한 부종으로 다른 정맥통로로의 유출이 원만하지 않으면 뇌출혈이나 정맥경색으로 진행된다. 
 
진단은 MRI로 의심하게 되며 뇌혈관 조영으로 확진할 수 있다. 발생 빈도가 드물고 다양한 위치에서 나타나므로 이 병을 의심하지 않으면 진단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진단이 되면 신경중재의학적 색전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동맥과 정맥사이에서 발생한 루는 일종의 구멍이 생긴 것이므로 이를 막아 주는 것이 다. 이를 위해 동맥, 혹은 정맥으로 접근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맥을 통한 접근으로 코일을 사용, 혈전을 유도하므로써 치료하는데 이 때 오닉스 (Onyx), 필(Phil), 아교 (glue) 등과 같은 액상색전물질을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이들 구멍은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으므로 이들이 만나는 곳의 정맥으로 들어가서 막아 정맥압 상승을 막는 것이다. 성공적인 치료가 되면 서서히 증세가 호전돼 회복할 수 있다.
 
2. 척추경막동정맥루 (Spinal Dural Arteriovenous Fistula)


척추경막동정맥루. 동정맥루로 정맥압력이 높아져 척수로 역류하여 척수증을 유발한다 (화살표). 
 
척추경막동정맥루. 동정맥루로 정맥 압력이 높아져 척수로 역류해 척수증을 유발한다 (화살표). 
 
척추동정맥기형의 발생 빈도는 뇌동정맥기형보다도 훨씬 더 드물다. 척추동정맥기형 (Spinal arteriovenous malformation) 중 척추경막동정맥루가 국내에서는 가장 흔하다.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도 차이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러한 경향이 보고 된 적이 있다(2).
 
척추경막동정맥루도 두개강내 경막동정맥루와 발생 기전은 비슷하다. 경막에서 발생한 동정맥 구멍(fistula, shunt; 루)이 정맥압을 상승시켜 척추의 정맥 흐름을 차단하고 역류를 일으켜 척수증(myelopathy)을 유발한다 (사진 2B).
 
순간적인 심한 허리통증을 경험한 후 서서히 다리가 저리고 걷기가 힘든 증상이 나타나며 심해지면 배뇨나 배변 장애가 발생한다(3).
 
걷기가 힘든 경우 진단이 되지 않으면 치료 시기를 놓쳐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할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진단은 MRI로 의심하게 되면 3D회전혈관조영술을 포함한 척추 혈관조영술로 확진을 하게 된다(4).
 
대개 한 부위에서 발생하므 로 33개 분절(segment)를 이루고 있는 척추 양쪽 혈관에서 병변을 쉽게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일단 진단이 되면 동맥과 정맥의 새는 부분을 차단해야 한다. 수술적 접근을 통해 막을 수도 있으며 수술이 어려운 경우 액체상 색전물질로 피가 새는 곳을 막는 색전술을 통해 치료할 수도 있다(5, 6). 성공적인 치료가 되면 서서히 회복되지만 발생 후 6개월이 지나거나 증상 악화가 심한 경우 완전한 회복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3. 안면 정맥기형(Facial Venous Malformation)


안면정맥기형. 윗입술이 푸른 색을 띄면서 약간 부어있다 (화살표).

안면정맥기형. 윗입술이 푸른 색을 띄면서 약간 부어 있다(화살표).
 
국내에서 다른 형태의 안면혈관질환보다 좀 더 많이 발견되지만 아직 정확한 유병률은 알려져 있지 않다.
 
정맥기형은 정맥 발달장애로 발생한다. 푸른 빛을 띠며 누르면 부드럽게 들어가고 놓으면 다시 천천히 부풀어 오른다(사진 3C).
 
운동을 하거나 배에 힘을 주면 커지고 세수를 할 때 숙이면 커질 수 있다. 누우면 커지고 일어나서 다니면 작아진다. 정맥기형이 피부의 얇은 층을 침범하면 진한 푸른 색깔을 띠지만 피하 깊은 곳을 침범하는 경우에는 피부 색깔의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정맥기형은 눈, 혀 목구멍 등이 아니면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시적으로 딱딱해지거나 통증이 있을 수 있고 드물게 출혈을 한다. 정맥기형내에서 혈전이 생기면 부어 오르면서 좀 단단해지다가 다시 풀리는데 며칠 혹은 몇 주 걸린다. 나이가 들수록 좀 더 단단해지는데 이 상태가 되면 치료에 반응을 잘하지 않는다.
 
병변 내부에 정맥석(Phlebolith)이 발생할 수 있는데 만져지기도 하고 눌렀을 때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진단은 육안이나 증상 만으로도 가능하다. 얼굴 깊은 부위에 있어 피부 변색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 확한 병변 위치와 범위를 알기 위해 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한다.
 
정맥기형은 한 개의 큰 정맥주머니(venous sac)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포도송이처럼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정맥이지만 병변에 따라 혈류 속도 역시 다양하다(7). 드물지만 유전질환과 관련되기도 하는데 가족성으로 나타난 경우나 산발성변이(sporadic mutation)가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수술도 가능하지만 경화요법(sclerotherapy)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8). 수술적 제거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혈관 자체를 제거해야 하므로 출혈로 경계가 불분명해 완전 제거가 어려울 수 있다.
 
경화요법이란 안면 정맥주머니를 직접천자해서 액체상의 경화물질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혈관벽 손상을 유도하여 병변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한다. 병변 자체를 줄이므로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적다. 경화제(sclerotic agent)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알코올(ethanol)을 써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경화요법이 있다는 걸 모르고 평생 불편한 상태로 그냥 사는 경우도 있다. 시술 후에는 일시적으로 붓는 현상이 발생하고 피부 가까이 위치한 경우에는 피부색 변화 및 수포, 괴사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반응은 대개 일시적이며 며칠 후 호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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