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을 계기로 안전진료 환경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관의 구체적인 시설 기준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5일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 관리 현황 및 개선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비영리기관인 시설 가이드라인 연구소에서 의료기관 종별에 상관없이 최소한 지켜야할 시설 기준을 정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에서도 정신과 관련시설, 병원 응급실, 지역사회 정신과 의원, 약국, 장기요양센터 등에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작업장 내 노동자와 위험요소 간 장애물을 두거나 위험물을 제거하기 위해 물리적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보안과 경보 시스템 ▲출구 확보 ▲금속탐지기 ▲CCTV 등 감지 시스템의 설치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 내 모든 지점에서 흉기나 위험물질 반입이 되지 않도록 차단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보건안전처는 의료 및 사회복지와 관련된 종사자들에 대한 폭력 사고를 줄이고자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개별 부스를 통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경보 발생 시 지역경찰서와 연계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갖추며, 외부 CCTV 설치 등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국내에도 이러한 구체적인 시설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가 보건복지부 및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진행 중인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TFT에서도 이러한 시설기준 마련 필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진료과목별로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관리 필수시설과 장치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의료기관 종류별 시설 기준과 규격을 일일이 열거한 것처럼 진료과목별 환자 특성을 고려한 폭력대응 안전 필수 시설을 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의료인을 비롯해 종사자 개인에게 폭력을 대처하는 요령을 숙지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흉기 등 살상의 위험이 있는 물건이 의료기관 내 반입이 되지 않도록 거르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응급의료법이 개정됐지만 응급실 외에도 이러한 시설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들은 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고 이후 원내 보안인력 수나 근무시간을 늘리는 등 보안 강화에 힘쓰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폭력 발생의 잠재적 위험성이 큰 의료기관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실, 대기실, 검사실 등 의료환경 전체의 개선이 요구된다”며 “원내 안전요원 배치와 정신과 진료실 출구 추가 설치, 비상벨과 금속탐지기, 보안검색대 설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