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지난해 말 연세의료원 신입간호사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진 ‘태움’ 논란이 중간관리자 등 사용자의 책임을 묻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가해자로 알려진 간호사가 1개월 정직처분을 받았음에도 태움 등 간호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서장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2일 연세의료원 노조 등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성명 및 입장문을 통해 수간호사 등 중간관리자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연세의료원 노조 관계자는 “무조건 윗선에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태움이 만연한 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부서장 등 중간관리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내 관행처럼 퍼진 태움을 예방하고, 해당 문제가 개인-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중간 관리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태움으로 인한 피해가 외부에 알려졌을 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예방을 위해서라도 중간관리자에 대한 원내 징계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연세의료원는 의료원이 ▲담당 부서장이 가혹행위를 최소 5개월 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사건 발생 후 조사와 별도로 이뤄진 부서장과 직원 간 면담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점 ▲피해 간호사의 업무 중 과실 파악 및 업무능력 평가·폄하, 소문 유포로 인한 2차 가해 등에 대해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태움 등 문제가 노출됐을 때 피해자들이 회자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며 “2차 가해 등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중간관리자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움이 간호계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책임을 질 필요는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무법인 상상 홍정민 노무사는 “태움이 간호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상급자의 사과와 함께 재발 시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각오정도는 밝혀야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지적한 목소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노무사는 “태움에는 스트레스·업무 부하 등 구조적 문제의 원인이 있는데, 가해자 한 사람만을 처분해서 끝날 일은 아니다”며 “가해범위를 단순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한 것으로 한정할지, 아니면 근로시간 등 자원이나 시스템을 제공한 자까지 포함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연세의료원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연세의료원은 구랍 26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세브란스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A씨가 같은 부서에 일하고 있는 1년차 간호사 B씨에게 욕설·폭언 등 가해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하고, A씨에 대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