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는 울고 의사는 안도했다. 6일 열린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 항소심 재판 결과에 대한 얘기다.
"초음파는 서양의학이 아닌 물리학적인 원리가 반영된 기기로 한의사도 과학의 산물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국민 안전이 최 우선시돼야 한다는 원칙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 (김수일 부장판사)는 이날 초음파기기로 자궁근종을 진단하고 처방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80만원형을 선고 받은 한의사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초음파로 환자의 자궁근종을 진단, 치료한 것은 서양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진료행위를 반복 시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의사 초음파 사용이 한의학 고유의 치료 방법이라고 볼 근거가 없고 학문 발전과도 관련이 없다는 판단이다.
초음파 진단이 한의학의 진단 원리인 손으로 만지는 절진과 눈으로 보는 망진과 유사하기 때문에 한방 의료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A씨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초음파 진단은 한의학의 고유영역과 무관해서 한의학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의료 행위의 개념은 기술 발전과 시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논리도 통하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정의에 관해 이 같은 해석을 내 놓으며 치과의사의 보톡스, 레이저 시술을 허용한 바 있다.
A씨 측은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과학기술이 발달에 따라 한의사도 초음파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초음파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직역 별 의료행위를 정하는 최 우선 기준은 국민 보건위생상 안전이어야 한다고 바라봤다.
재판부는 "의사, 한의사가 가능한 의료 행위를 확정하는 기준은 국민 보건상 안전과 이익이어야 한다"며 "한의사가 초음파를 잘못 사용하면 중요한 질환을 진단하지 못하거나 오진할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초음파의 사용 방법이 간단하지만 질병을 진단하고 검사하는 행위는 서양 의학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의료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처럼 진료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의 진료 행위를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국민 보건 위생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은 의료법에 어긋나는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제동으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은 어렵게 됐다. 하지만 A씨 측이 즉각 상고 의사를 밝히면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가능 여부는 대법원에서 결론날 전망이다. A씨 측 관계자는 "합법적인 초음파 사용을 위한 가능한 모든 논리를 개발해 최종심에 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