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소아폐질환의 상관관계를 추적해본 결과, 소아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는 폐질환이 가습기살균제 유통 당시 크게 증가했다가 판매중지 정책 시행 이후 대폭 감소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개최된 제3회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심포지엄에서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양현종 교수는 “소아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는 폐질환과 가습기살균제와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한 빅테이터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양현종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6세 미만 소아에게서 발생한 폐섬유화(질병분류코드 J841)와 간질성폐질환(J848) 및 간질성폐렴(J849)에 대한 빅데이터를 파악했다.
그 결과, 2011년까지 증가하던 폐질환들이 대략 2011년 3분기를 기점으로 큰 감소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질성폐렴의 경우 0에 수렴하는 발생 건수를 보였다.
양 교수는 “복합적 요인이 장기간 축적돼 나타나는 성인의 폐질환과 달리 소아 간질성 폐질환 등은 유전성을 제외하면 거의 발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습기살균제가 사용됐던 2011년 이전까지 이례적인 발생 건수를 기록한 바 있다”며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판매가 중지된 2011년 11월을 기점으로 해당 질병의 발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부 가습기살균제 판매중지 정책이 실제로 소아폐질환 감소에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 천식 또한 2011년 이후 출생아에서 유병률이 21%, 중증도는 76.7%까지 감소했다. 특히 조기 지속성 천식의 발생률이 최대 30%까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다만 이 같은 결과가 가습기살균제의 판매중지와 모든 소아 폐질환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양 교수는 “가습기살균제가 이 같은 폐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빅데이터는 정부 정책과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일 뿐 했다는 인과관계 근거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비슷한 시기 국내서 공공장소 금연법이 통과됐는데 이 같은 기타 정부정책의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까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 보유한 데이터는 2002년부터 축적된 것이어서 가습기살균제가 판매되기 이전인 1994년도 자료와 그 이후를 비교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폐 이외의 다른 분야 질환에 관해서도 이 같은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여겨져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연자로 참석한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신호상 교수도 “올해 초 공기청정기나 공기정화 용도로 사용되는 차량용 필터에서 가습기살균제에서 발견됐던 독성물질인 CMIT/MIT와 유사한 OIT 물질이 검출돼 한동안 논란이 된 바 있다”며 “과거에 비해 다양한 화학물질로 만든 제품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제조업체들마저 유해 성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질병 예방에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친다는 실제적 연구결과가 밝혀진 만큼 여러 화학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관련 질병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환경부에서는 환경보건정책과 서흥원 과장이 참여해 “올 8월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이 시행된다”며 “폐섬유화 중심의 폐질환은 물론 태아의 피해, 천식·비염·폐렴 등 피해 인정질환 확대 및 판정기준을 완화하고 피해자에 대한 장기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