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사망한 가운데, 10년 전에도 환자에 의한 의료진 피살이 세 건 이상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당시부터 의료계에서 지적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의료진 피살’이라는 악몽이 되풀이된 격이기 때문에 관련 대책 및 입법 등 향배가 주목된다.
2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말 故 임세원 교수 사망 건까지 환자에 의한 의료진 피살은 확인된 사안만 총 4건이다.
우선 2008년에는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비뇨기과학교실에 근무한 김 모 교수가 외래 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에 의해 피살됐다.
평소 성기능 문제를 앓고 있던 피의자는 2007년 3월 15일부터 같은 해 3월 27일까지 두 차례 김 모 교수를 방문해 바르는 약 및 먹는 약 등을 처방 받았으나, 4춸 26일 재차 들러 치료효과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후 그는 6월 1일 다시 김 모 교수를 찾아 항의했고, 이듬해인 2008년 1월 병원에 1억원 배상을 요구한 끝에 병원 측이 치료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자 6월 김 모 교수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의 가슴과 배 10여 곳을 찔러 사망케 했다.
2009년에는 강원도 원주시 소재 비뇨기과에서 30대 외래환자가 간호사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이중 한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환자는 오래 전부터 만성 전립선염을 앓아 비뇨기과를 다녔으나 차도가 없자 진료의사에게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해당 환자 수첩에는 ‘손봐야 할 대상’으로 다른 비뇨기과의사 이름 등이 적혀 있기도 했다.
같은 해 3월에는 경기도 부천시 소재 비뇨기과 원장이 70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지기도 했다.
환자 피습으로 중상을 입은 경우도 허다하다. 2012년 8월에는 정신과 의사가 상담 중이던 환자에게 수차례 칼을 휘둘렀고, 의사는 비장 파열과 함께 폐·대장 등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2013년에는 2월과 7월에는 정신과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 2명이 각각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배와 허벅지 등을 찔렸다.
2016년 8월에는 경상북도 모 병원 내과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렸고, 지난해에도 전라북도 소재 병원 응급실에서 칼부림 난동이 일어났다.
문제는 최근 10년 동안 확인된 의료진 피살만 네 건에 달하고, 이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환자에 의한 의료진 피살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폭행·협박과 의료기관에서의 난동 등 예방·방지’ 등을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실제로 의협 등은 2008년과 2010년에 성명서 등을 통해 “진료와 관련돼 벌어지는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한다” “의료기관 내 폭력은 보건의료인-환자 사이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환자 건강권과 직결되는 중대한 국가·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보건노조)가 실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만 9620명 중 폭행 경험자는 3248명으로 11%에 이르렀고, 폭행 경험 중 폭행 가해자는 환자가 71%, 보호자가 18.4%를 차지했다. 폭행을 당했을 때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참고 넘겼다”가 6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는 보건의료분야 노동자들이 환자·보호자에 의한 폭행에 노출되어 있지만,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