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올해부터 최저임금 8350원이 적용되지만 실제 개원가에서는 원장과 간호조무사 간 임금 공방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2019년 최저시급은 전년 대비 10.9% 상승한 8350원이다. 2018년에 16.4%가 상승한 데 이어 두 자리수 인상률이 지속됐다.
이러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개원의와 간호조무사는 각각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간호조무사들은 최저임금 인상 폭이 크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인상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가 2018년 8월 24일부터 9월 2일까지 10일 간 전국 회원 58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27.5%(1546명)는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34.3%(1930명)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그쳤다. 응답자의 61.8%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보다 적게 지급받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에 간무협은 지난해 11월 국회 토론회를 열고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간호조무사의 최저임금 미만 지급율은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라며 “간호조무사가 더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하게 된 만큼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원가 "최저임금 안줄 수 없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 원장들은 법적으로 규정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원장이 과반수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A내과 원장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원장이 법적 처벌을 받는다”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감수하면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개원의들은 간호조무사를 구하기 어려운 의원급 의료기관이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SNS가 발달한 요즘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B원장은 “간호조무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간무사들이 원장 면접을 본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C원장은 “요즘은 원장이 말실수를 해도 간무사들 사이에 퍼진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원장이 과반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역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간무협의 실태조사도 믿기 어렵다"고 일침했다.
김 회장은 "요즘은 근로조건과 관련해 불법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국민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간무협의 통계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를 참고 다닐 직원이 있겠냐"며 "실태조사에 참여한 간무사 중 60%가 최저임금 수준이나 미만을 받았다는 결과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2019년부터 최저임금 산정 시 주휴수당을 포함하게 된 것에도 유감을 표했다.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우려하고 있다.
김동석 회장은 “환자가 늘지 않고 현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병원을 야간 운영했다가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직원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간무협 "사용자-노동자 입장 차이는 급여제도 때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간호조무사협회는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간무협 관계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곳이 많고 월급명세서가 교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와 노동자 간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자 입장에서는 명시된 취업규칙 등이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간무사는 대부분 지방 소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불만이 있더라도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원장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