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2017년 9월 청와대가 국민청원 시스템을 운영한 이래 올해 의료계 또한 국민청원 이슈로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수많은 의료계 이슈가 청원됐지만 20만명을 넘겨 청와대 답변을 받은 것은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대와 양산 산부인과 의료사고 진상 규명 요구 두 가지에 그쳤다. 병원 의료진 폭행에 대한 강력 처벌 요구는 14만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중앙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는 시스템이다.
의료 분야에서 처음 20만 명의 청원 동의를 얻은 것은 올해 1월의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 청원이다.
해당 청원자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님뿐만 아니라 타 지역 권역외상센터도 소속 병원의 눈치를 본다고 합니다.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의 적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면서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당직실에서 10분 20분씩 쪽잠을 자는 이들에게 비난이 아니라 제도적 문제의 수정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닥터헬기 운영 및 환자 이송체계 개선과 의료진 처우 개선을 약속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청원 당사자인 이국종 교수가 “국민청원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고 밝히면서 보건당국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여전한 분위기다.
두 번째로 20만 명을 넘긴 것은 경남 양산시의 모 산부인과에서 분만 중 사망한 산모의 남편의 청원이다. 당시 산모는 분만 중 심정지가 왔고 뒤늦게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후 이틀 뒤 숨졌다. 청원인은 병원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의료기록마저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원인은 국민청원과 함께 아내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1인 시위 등을 진행해 병원으로부터 의료기록 허위기재 사실을 일부 인정받기도 했다. 현재 해당 병원은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박능후 장관은 답변을 통해 “청원인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사건을 접수해 국가로부터 먼저 손해배상금을 지불받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및 의료기관 과실이 없을 때도 중재원의 보상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알려드리고 싶다”며 “저희들도 이번 청원을 계기로 의료 사고는 물론이고 환자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부분의 역할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진 폭행 청원 20만 미달돼 종료...연속혈당측정기도 이슈
지난 7월경 전북 익산의 한 병원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폭행해 골절 및 뇌진탕을 일으키게 한 사건에 대해서도 국민청원이 이뤄졌다.
청원인은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료인을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폭행을 하는 세상이다. 술에 취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 대해 너무나 관대한 사회”라며 “가중 처벌을 해도 모자랄 가해자를 구속조차 시키지 않고 풀어주고 있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규탄 시위까지 진행했지만 청원은 15만 명을 채우지 못하고 종료됐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청와대 청원에는 실패했지만 청원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예상한 효과는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 개정안도 발의됐고 정부도 제도 개선을 약속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 당뇨환자들을 위한 연속혈당측정기 수입완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의 경우 6만 명 정도의 동의를 얻고 종료됐지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청원인은 “소아 당뇨 및 특발성 1형 당뇨, 자가면역질환 1형 당뇨 환자들에게 매우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어 해외 사이트를 통해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의료기기법의 완화와 연속 혈당 측정기의 사용 및 구매에 대한 비범죄화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까지 해당 사건을 언급하자 국무조정실은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발표해 1형 당뇨 환자가 사용하는 연속혈당측정기의 소모품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하고 보건당국은 환자의 요청이 있는 의료기기의 경우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수입해 공급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