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손지훈 대표이사가 내년 휴젤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5년 동안 무려 5명의 CEO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면서, 국내 최장수 제약기업인 동화약품이 성장하지 못하고 부진한 원인이 '잦은 CEO 교체'에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이 최근 이사회를 열고 내년 1월 2일부터 동화약품 손지훈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키로 결정했다. 손지훈 대표는 심주엽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체제로 휴젤을 이끌게 된다.
이 같은 결정 사항이 공시를 통해 알려지면서,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손지훈 대표이사의 거취 변경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기존에 동화약품을 관둔 전문경영인들의 경우 ‘문책성 경질’이라는 의혹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3~4년 동안 동화약품의 실적이 하향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화약품 매출액은 지난 2012년 2234억원에서 2013년 2202억원, 2014년 2135억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2년만 해도 100억원에 달했지만 리베이트 이슈가 터졌던 2013년에는 처방의약품 실적 감소로 21억원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동화약품은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해 다국적 제약사 박스터코리아 대표로 있던 손지훈 사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동화약품이 오너체제에서 '오너-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은 2008년 이후부터다.
창업주 3세인 윤도준, 윤길준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동화약품은 지난 2008년 2월 평사원 출신 조창수 대표이사가 선임되면서 경영방식이 바뀌었다.
그러나 조 대표이사가 임기 1년을 앞두고 교체되면서 전문경영인 대표이사의 단명 현상이 시작됐다.
대만·홍콩 얀센 총괄사장을 거친 박제화 부회장이 2012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1년 7개월 만에 돌연 사임했다. 한국화이자제약 영업·마케팅을 총괄한 이숭래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1년 11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후 2015년 CEO 직무대행으로 오희수 前 동화약품 OTC사업부(일반의약품) 상무이사가 CEO에 올랐지만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떠났다.
손지훈 대표이사가 구원투수로 영입되기 전까지 동화약품은 좀처럼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이사 등판 이후 동화약품의 실적이 조금씩 회복됐다. 물론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6년 전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동화약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2375억원으로 5년만에 처음 2011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한 113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직원 수도 올해 3분기 말 기준 70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명이 늘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손 대표이사는 지난 2년간 의욕적으로 회사 경영에 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회사 차원에서 여러 차례 머물러 줄 것을 권유했으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길 원하는 손 대표이사 의지를 존중해서 사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전 CEO들과 연관 지어서 이슈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선을 그으며 "휴젤이 이 사실을 공시하면서 괜히 우리가 더 주목받게 돼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동화약품이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었던 'CEO 교체'가 되레 부진을 장기화시킨 것으로 분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화약품이 단기적인 실적 회복이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CEO를 교체하는 것 같다"며 "자동차나 휴대폰처럼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사업 분야가 아닌데, 오너인 윤도준 회장이 조급하게 결정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CEO가 바뀔 때마다 경영 전략이 바뀌고, 조직 문화도 변화한다"며 "오너가 있으니 불안정한 상황까지 가진 않겠지만, 회사가 지속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제약사 CEO 출신 인사는 "동화약품은 성장동력이 희망적이지 않다. 특히 전문의약품 중에 선전하거나 블록버스터 제품이 거의 없지 않느냐. 여기에 오너의 경영 방식과 리더십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