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 태아사망 무죄 의사·메르스 오명 벗은 삼성
2018년 의료계 명예 회복 판결 주목, 사상 첫 의사 3인 '법정구속' 충격
2018.12.19 05:43 댓글쓰기

올해 의료계에서는 유독 법정과 관련한 소식이 많았다. 법적 공방 끝에 내려진 판결로 의료계는 울고 때로는 웃었다. 1심 재판부가 금고형을 선고하면서 의료계 분노를 들끓게 했던 자궁내 태아사망사건 의료진에게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 횡격막 탈장 환아 사망사건의 의료인 3인이 법정구속 되면서 의사들이 거리로 나와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참담함을 겪은 삼성서울병원은 행정처분 및 수백억원대 손실금 소송과 관련해서 복지부를 이겼다. 데일리메디는 2018년 의료계에서 극명하게 희비(喜悲)가 갈리고 판례가 될 수 있는 3대 사건을 선정, 그 내용을 분석해봤다.[편집자주]


자궁내 태아사망사건···“의료진 과실 없다”

2014년 발생한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은 의료계를 뒤흔들었다.
 

독일인 산모 A씨는 2014년 11월 24일 오후 10시경 분만을 위해 B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입원했다. 11월 25일 오전 6시 경 B씨는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히 낮아지는 증상을 발견하고 이에 대처했다.


같은 날 오후 A씨가 진통을 시작하자 B씨는 무통주사액을 투여했고 이 과정에서 4시30분 경 태아 심박동수에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후 6시경 무통주사 약효가 떨어져 다시 통증을 호소하는 A씨를 살피는 과정에서 B씨는 태아가 사망한 사실을 발견했다.


제1심에서 재판부는 지속적으로 태아 심박동수를 확인하는 의료적 조치가 부족했다는 이유를 들어 B씨에 금고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급기야 의사들이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해 4월 서울역에서 ‘전국 산부인과의사회 긴급 궐기대회’를 개최, 1000여 명의 의사들이 참석해서 의사에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 및 판결을 비판했다.


B씨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1심 결정을 뒤집고 "의사는 죄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인천지방법원은 항소심에서 “태아 사망의 구체적 원인 및 사망시각을 알 수 없었다는 점에서 태아 심박동수를 측정했더라도 사망을 막을 수 없었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는 사실을 이유로 들어 피고인 무죄를 선고했다.


태아 심박동수 측정을 빈번하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료인의 과실이 있지만 태아 심박동수 감소가 발견됐더라도 사망을 막을 수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검사는 이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심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시켰다.


대법원은 의사에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의 결정을 최종 확정하면서 자궁내 태아사망사건은 일단락됐다.


횡격막 탈장 환아 사건, 사상 첫 의료인 3인 법정구속

올해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판결은 횡격막 탈장 환아 사건으로 인한 의료인 3인 법정구속이었다. 전공의 포함 의사 3인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재판부에 대한 강한 반발은 제3차 전국의사궐기대회로 이어졌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10월 2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기도 성남 某병원의 응급의학과장 A씨에게 금고 1년형, 소아과장 B씨에게 금고 1년 6개월형, 가정의학과 전공의 C씨에게 금고 1년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3년 5월 복부통증으로 8세 어린이 D가 성남시 소재 병원의 응급실을 내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응급실에 근무하던 A씨는 비특이적 복부통증으로 진단한 뒤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관장과 소화기장애 치료를 했고 X-ray에 별도 이상소견을 기록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돌려보냈다.


법원은 D의 X-ray 촬영 결과, 좌측하부폐야에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됐음에도 A씨가 검사를 하지 않은 점에 과실이 있다고 봤다.


D는 다음날 같은 병원 소아과에 내원, 복통을 호소했으나 B씨는 변비로 진단했다. 2, 3차 내원에서도 추가 조치 없이 변비라는 진단을 내리고 귀가시켰다.


법원은 B씨가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는 영상의학 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과실이 있다고 봤다.


가정의학과 전공의 C씨는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응급 통증으로 내원한 D를 촬영한 X-ray상 횡격막 탈장 소견이 확인됨에도 이를 응급의학과 전문의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알리지 않은 과실이 인정됐다.


D는 귀가 후 다음 날 경기도 한 대학병원에 내원했으나 횡격막 탈장 및 혈흉을 원인으로 한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했으며 이후 심정지로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법원은 “피해자는 흉부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는데 A씨는 결과를 봤음에도 이상 소견을 확인하지 못했고 이상 소견은 애매한 수준이 아니라 명백한 수준이었다”며 “흉부X-ray에서 흉수가 발견됐을 경우 추가 검사를 실시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B씨는 피해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흉복부 X-ray 결과를 확인했음에도 이상 소견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X-ray 필름에서 보일 정도의 원인 불명 흉수라면 심각한 질병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일 수 있음에도 추가적인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전공의 C씨에 대해서는 “이상 소견을 발견한 C씨가 피해자를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면 피해자는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피해자 사망과 C씨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26개 전문학회를 비롯, 응급의학회 등 의료계 내 다수의 단체는 "의료 특수성이 인정되지 않은 판결"이라며 "의료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과실로 전공의까지 법정구속 된다면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해당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법원 앞에서 삭발을 하고 수원구치소 앞 철야 농성에 이어 청와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의협은 시도의사회장단과 긴급회의를 열어 지난 11월 11일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한편 지난 10월 2일부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판결과 동시에 법정구속 됐던 의사 3인은 궐기대회를 이틀 앞두고 11월 9일 보석 석방됐다.


의사 3인이 지난 10월 29일 유족 측과 형사 합의서를 작성했고 11월 6일 유족이 판사에게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끝에 보석 허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vs 서울삼성병원 메르스 소송, 1차전 삼성 '승(勝)'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행정처분 및 손실 보상금 607억원을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의 법정 공방은 1심에서 삼성 승리로 일단락됐다. 복지부가 항소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 
 

올해 11월 29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복지부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등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복지부는 2016년 12월 삼성서울병원에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메르스 유행 당시 슈퍼 전파자였던 14번 환자에 대해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을 뒤늦게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 역학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입원환자 이송과 외래환자 불편 등을 고려해 15일의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총 806만2500원을 부과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고 역학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지부는 607억원으로 추산된 병원의 피해를 보상하지 않았다.


서울삼성병원 운영 주체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작년 5월 이 같은 복지부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은 복지부에 607억원의 손실보상금도 청구했다.


병원과 복지부는 607억원의 손실보상금과 병원 명예를 두고 1년 반 동안 팽팽하게 맞섰다.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환자 접촉자 명단을 제때 주지 않는 등 역학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으며 손실보상액 미지급 결정은 정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복지부 주장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측은 "병원은 최선을 다해 메르스환자 명단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혼선은 복지부가 잘못한 것이며 메르스 사태로 발생한 병원 손실은 1180억원으로 복지부가 산정한 607억원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해왔다.


메르스 확산의 불명예를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변론 과정에서 병원 측은 "메르스 사태에 최선을 다해 대처했으나 행정처분에 이어 손실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메르스 확산의 불명예를 떠안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17년 2월 2일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내린 과징금 부과 처분과 2017년 2월 10일 손실보상금 미지금 처분 모두 취소했다.


법원은 병원과 복지부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메르스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 과정에서 복지부가 처분 주체와 추지를 밝히지 않았던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역학조사관들이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명단 제출 요구의 주체인 처분 행정청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이 요구가 구(舊)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힌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 명령이 부존재하므로 위반도 존재할 수 없어 복지부장관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처분 사유가 없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한 명단 제출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복지부 주장과 달리 신속히 대응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은 역학조사관들에게 전자의무기록 접근 권한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접촉자 명단 제공을 제안했으며 감염관리실 직원이 명단 작성을 하게 하는 등 신속히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며 "명단 유형과 범위가 다르고 명단 제출 창구 단일화에 대한 소통이 원만하지 않아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한 "실제 삼성서울병원 측이 명단 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할 동기도 없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봤을 때 삼성서울병원 측이 역학조사관들의 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나 방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607억원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도 잘못됐다는 것으로 판단했다.


손실보상금 거부는 현행 의료법상 ▲복지부장관의 명령 위반했거나 ▲감염병예방법 상 역학조사 시 금지행위를 한 경우 ▲역학조사에 대한 부당한 거부나 방해 ▲위반행위로 인한 손실 발생 및 확대에 직접적 관련성이 있거나 중대한 원인으로 인정될 때 가능하다.


복지부장관의 명령 위반은 복지부가 처분 주체와 취지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으며 역학조사에 대한 금지행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이에 법원은 "사건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며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한 2017년 2월 2일 과징금부과 처분과 2017년 2월 10일 손실보상금 지급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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