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을 받은 환자가 회복 중 병원 화장실에서 넘어져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 병원의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 회복 과정에서 보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병원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설명이다.
28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17민사부, 재판장 김용석)은 지난 9월 26일 해당 의료사고에 대한 구상금 소송(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제1항)에서 1심 판결을 뒤엎고 병원에 환자 보호의무와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당사자 간 소송에서 수진자와 건보공단이 모두 패소 후 건보공단만이 항소해 병원의 과실을 전체 손해배상액의 30% (2147만5056원)를 인정하는 판단을 받았다.
건보공단 측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사 사례도 있다. 법원은 환자가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사건에 대해 병원의 책임을 인정(화장실 미끄러웠음)했다. 또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폐쇄병동에 입원해 치료받던 중 병실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닥에 쓰러진 채로 발견된 사고에 대해 병원 측의 부담을 40%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병실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고, 장소가 화장실이긴 하나 화장실 바닥이 미끄럽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위 사례와 차이가 있다.
건보공단 측은 "이번 판결은 수면내시경 검사 후 회복 중인 환자에 대한 보호의무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온 병원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손해배상책임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