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원도 안되는 마취전문의 수가로 부작용 빈발'
홍기혁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
2013.12.30 12:13 댓글쓰기

수술 시 진행되는 환자의 마취는 통합적으로 전문의가 관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마취과 의사들은 수술 전 단순 마취만 한다고 여겨지지만 수술 중 환자의 호흡, 맥박, 혈압, 체온 등 생체징후를 유지시키고 수술 후 환자의 상태를 관찰,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을 전담한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집도의는 시술 부위와 과정에만 집중, 환자의 마취 상태에 대해선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하건 다른 과목 의사가 담당하던지 건강보험에서는 동일한 진료비를 주고 있다. 누구나 마취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건강보험 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는 주장이 관련 학회를 위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감시 하 마취관리(MAC)' 도입 절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홍기혁 이사장[사진]은 “환자감시 장치를 사용할 경우 환자 위험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며 “문제는 수가다. 의료행위에 포함돼 20원이 채 안 되는 금액(18.4원) 밖에 보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인 소모품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책정돼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 할수록 손해”라며 “시설 및 장비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당연히 기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현실적 수가로 인해 환자 사망사례 중 적지 않은 비율이 마취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부작용이다.

 

사회적 문제가 된 연예인의 프로포폴 사용 역시 동일 선상에서 볼 수 있다.

 

한 산부인과에서 의사 실수로 내연녀가 사망하면서 촉발된 프로포폴 문제는 일부 연예인의 중독 및 하루 몇 차례나 수면내시경을 하는 사례 적발로 이어졌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프로포폴의 부실 관리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홍기혁 이사장은 “이 같은 진통을 겪었던 프로포폴은 내년 상반기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감시 하 마취 관리(MAC)’가 산정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지난 5년 간 학회 차원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끊임없이 요구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MAC는 환자의 안전에 초점을 맞춘 마취라고 요약할 수 있다. 현재 수면내시경의 경우 의료진이 수면제를 투여한 뒤 환자가 잠이 들면 내시경 검사를 한다.

 

그 이후엔 검사에 집중하므로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환자의 신체반응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마취제를 더 투여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마취도 중요한 진료 분야로 체계적 시스템 도입 위한 제도개선 시급"

 

홍기혁 이사장에 따르면 MAC가 도입되면 환자 안전성이 크게 개선된다. 우선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진료실에 배치된다. 해당 의사는 ‘수면 시술’을 하기 전, 환자와 면담을 통해 병력과 혈압을 체크한다.

 

또한 수면제를 투여하면 기도가 폐쇄될 우려가 있는지를 평가한 뒤 적절한 수면제 양을 결정한다.

 

홍기혁 이사장은 “환자가 수면 상태가 되면 다른 의료진은 시술에만 전념하고,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점검한다”며 “환자에게는 가장 안전한 시술이다.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의 엄격한 관리도 가능해진다”라고 전했다.

 

그는 “학회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라며 “환자의 혈압, 심전도, 산소포화도, 호기말이산화탄소 등의 측정 관리에 있어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호기말 이산화탄소(EtCO2) 측정을 통해 빈번히 일어나는 호흡장애, 심폐기능 합병증, 재발성 무호흡증, 심장마비 및 기타 심각한 증상의 발견과 치료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호흡관리 모니터 부재로 인해 기도관련 사망자가 74%에 이른다는 연구 사례도 있다. 이 논문은 호흡관리가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에서는 무분별한 진정 및 진통제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마취 관련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환자의 진정·진통 상태를 보다 면밀하고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EtCO2 측정은 매우 중요시 되는 추세다.

 

홍기혁 이사장은 “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도 마취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성형외과, 치과, 수면내시경실 등에서 마취의료행위 관련 안정적인 진료를 위한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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