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벽과 0.9m 띄우라니” 병원들 쏟아지는 한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설명회서 '과도한 규제·경영난 가중' 불만 쏟아져
2016.08.11 05:57 댓글쓰기

10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진행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설명회 현장.
올 가을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입원실 병상 간 거리를 띄워야 한다. 기존 운영 중인 병상은 1m, 신축 병상은 1.5m가 기준점이다. 벽과도 0.9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일선 병원들은 병상 간격이 벌어지게됨에 따라 병상 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경영난은 필연적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를 넘어 가혹한 상황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10일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주관으로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설명회 자리는 의료기관 관계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당초 예상됐던 500석은 훌쩍 넘어 외부에서 티비 모니터로 관련 내용을 시청하는 참석자들도 많았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A병원 관계자는 “벽과의 거리 0.9m 기준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비말감염이 우려스러워 병상 간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법취지에 공감하지만, 사실상 벽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근거를 찾아보려고해도 벽과 감염관리의 연계성은 찾을수가 없다. 상식밖 기준을 적용하는 복지부의 생각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B병원 관계자 역시 “병상 간격만 띄우면 통상적으로 감염관리가 가능할텐데 굳이 벽과의 거리까지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복지부 의료기관 정책과 하태길 사무관은 “벽과의 거리 0.9m는 통상적인 기준으로 알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 등을 참고해 설정한 기준으로 문제 없이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하 사무관은 “벽도 감염의 원인이 된다는 근거자료가 있다. 그리고 이 기준은 기존 입원실이 아니고 신축 병실만 지키면 되는 기준이라서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논란의 가중되고 있으므로 전문가 논의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료기관과 복지부 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C병원 관계자는 “그렇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실제로 벽이 감염병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면, 기존 병실에서도 적용돼야 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근거자료가 불충분한데 억지로 끼워맞추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D병원 관계자는 “벽과의 거리가 계속해서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그 취지가 의료진의 동선확보인지, 벽으로부터 감염을 막겠다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감염을 막으려면 병상 간 거리를 띄는것도 좋지만 그 사이 벽이 들어가는게 확실한 방법일 수 있다. 만약 동선확보가 목적이라면, 한쪽 벽에서만 이격 거리가나오면 의료진이 환자케어에 충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m, 1.5m 병상 간 간격 ‘최하기준과 과도한 규정사이’


기존 입원실 1m, 신축 병실 1.5m 두가지 규정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결국 이 기준을 맞추느라 병상 수가 20.5% 감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E병원 관계자는 “현재 상급병실은 전체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된 상태다. 이격 거리를 지키려다 다인실이 아닌 상급병실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병상 간 시뮬레이션을 시급하게 돌려봐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은 2000년 이후 5인실로 기준을 맞추려고 많은 비용을 투자했는데, 간격 조정이 이뤄지면 4인실 기준에 맞추기도 어렵다. 기둥 간격 등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F병원 관계자 역시 “신축 병실 1.5m 간격은 너무 엄격한 잣대다. CDC규정을 분석한 결과, 미국의 경우도 1.2m 기준이다. 왜 우리는 그보다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하태길 사무관은 “국제감염학회 기준에 따르면, 병상 간 1m는 자원압박이 굉장히 심할때 적용하는 최하기준이다. 또 메르스를 겪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는 차이가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도 1.5m로 규정됐다”고 설명했다. 


즉, 복지부가 내놓은 병상 간 거리는 국제기준에 입각한 기준으로 반박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기존 입원실 운영기준과 신축 입원실을 별도로 구분하고 일부 예외 규정이 적용될 수 있지만, 타협이 불가능한 기준으로 해석된다.
 

G병원 관계자(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소속 임원)는 “협회차원에서 분석한 결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체 병상의 20.5%가 감소할 것으로 파악됐다. 수가의 20%를 보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하태길 사무관은 “병상가동률을 따져보자. 상급종합병원만 90%를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종별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만약 20%가 줄었다고 해도, 수치로 보면 타격이 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질의응답을 마친 하 사무관은 “기존의 운영형태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이번 시행규칙의 주요 내용이다. 각 의료기관별로 고민들이 많은데 자세한 사항은 병원협회에 문의하면 협력체계를 유지하면서 조율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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