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이렇게 환자를 소음에 노출시켜도 되는 건가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긴지 이틀 된 환자도 있어요.”
최근 서울 소재 H대학병원 본관 15층 병동에 입원한 한 환자의 보호자 서 모씨는 “아버지가 입원한 병실 가까이에서 천장을 뜯어내고 벽을 트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병원을 향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하루 입원비만 거의 20만원에 달하는데 편안한 환경은 커녕 병실에 누워 시끄러운 소음을 들어야하니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의료법 시행규칙 시설기준에 관한 설명회' 자리에서도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입원실 구조 개편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전체 의료기관이 대규모로 입원실 구조 변경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환자안전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입원실 병상 재조정’ 방침에 대한 병원들의 우려 섞인 예견이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메르스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마련된 규정에 따라 ‘기존 병상 간격을 더 넓히고, 6인실을 4인실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병원 시설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은 내년 12월 31일까지 현행 입원실 병상 간 거리를 바꿔 규정에 따라 배치해야 한다.
기존 운영 중인 병상은 1m, 신축 병상은 1.5m가 기준이며, 벽과도 0.9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또 1개 병실 내 병상 수는 4개 이내로 해야 하며 병상면적도 1인실 10제곱미터 이상, 다인실 1인당 7.5제곱미터 이상으로 맞춰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 일선 병원 상당수가 공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병원들도 속내가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현재 입원실 공사가 진행 중인 경북 소재 Y대병원도 어려운 사정을 드러냈다.
Y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입원실 공사로 한개 병동 자체를 비웠다. 이로 인해 환자 섞임 현상, 기존 환자 동선 혼란 등의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소음 문제로 환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처음 온 환자의 불만은 적은편인데 기존 환자들은 위치와 동선 등에 관한 불만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K대병원은 병동 구조 개선 공사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이상 병상 간격 기준에 맞추려면 병상을 더 축소해 운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많은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해야 하는데 병상 가동률은 더 낮춰야하니 쉽사리 공사에 나설 수도 없다”며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사로 환자의 불만이 제기된 H대병원의 경우 최근 권역별응급의료센터로 선정돼 2인실을 다인실로 만드는 공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병원 측 관계자는 “환자들이 불편을 겪게 돼 유감스럽다”면서도 “그렇다고 공사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난처함을 표했다.
사전에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분진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음차단벽과 배풍기를 설치하고,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까운 병실에는 환자를 입원시키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 하지만 공사 중 발생하는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병원 측은 “최대한 빨리 공사를 완료해 치료환경에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