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火魔)의 위력은 어마무시했다
. 특히 신체 불편한 환자들이 누워 있는 병원은 화마의 위세에 속수무책이었다
.
3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 참사는 병원의 화재 취약성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병원 특성상 일반 건물에 비해 인명피해가 클 수 밖에 없음을 절감케 했다.
그동안 병원계에는 소소한 화재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인명피해가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화재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귀중한 생명이 희생된 사건도 적잖았다. 대부분이 정신병원이나 요양병원 등 정상적인 상황 판단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들이 입원한 곳이었다.
데일리메디는 이번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을 계기로 과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병원 화재 참사들을 되짚어 봤다.
담뱃불이 부른 논산정신병원 화재
1993년 4월 19일. 충남 논산에 위치한 논산정신병원에 화재가 발생해 3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 원인은 담뱃불이었다.
여성환자 수용실 사물함 부근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고, 병동관리인이 여자환자에게 담뱃불을 붙여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화(失火)에 의한 화재로 밝혀졌다.
당시 경찰 조사과정에서 해당 병원이 수용 인원을 초과한 사실이 드러나 원장이 구속됐다.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난동을 방지하기 위한 결박이 피해를 키운 사실도 확인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병원 입원환자들의 인권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결박이나 감금, 강제입원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살려주세요!” 포항 요양원 화재
2010년 11월 12일 새벽 4시. “불이야~!” 다급한 목소리가 포항 요양원 복도에 울려퍼졌다. 놀란 입소자들이 뛰쳐 나왔지만 이미 복도는 자욱한 연기로 분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북 포항 인덕동 소재의 인덕노인요양센터에서 전기 스파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여성노인들이 주로 입소해 있던 이 요양원은 동사무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요양시설로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방화문, 스프링클러 등 화재 확산 및 방지 장치는 없었다.
‘침대에 묶인 환자들’, 장성 요양병원 화재
2014년 5월 28일. 전라남도 장성군 삼계면에 있는 효실천 사랑나눔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 당했다.
입원환자의 방화로 시작된 불은 빠르게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던 노인환자들을 덮쳤다.
치매나 중풍 등으로 거동이 어려웠던 환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간호조무사 1명도 목숨을 잃었다. 입원환자 대부분은 노인성 질환을 앓아 자력 탈출이 어려웠다.
특히 화재현장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 상당수가 침대에 결박돼 있던 사실이 드러났고, 사회적 공분으로 이어졌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신체억제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다.
역대 최악의 참사, 밀양 세종병원 화재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상황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환자들은 고령에 거동이 불편했고, 화염 속에 이들을 신속히 대피시킬 인력과 매뉴얼도 갖춰지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공사는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무려 39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15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화재는 대한민국 병원역사에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인명피해 면에서 보면 역대 네 번째 화재 참사라고 하지만 21세기 들어 발생한 단일건물 화재 사고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최악의 불행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