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했어야 할 주말 오전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참사의 악몽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대형 상급종합병원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소방당국과 병원 측의 신속한 대응으로 화재는 진압됐고 환자들도 무사히 대피했다. 하지만 최근 병원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는 우리사회에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화재는 3일 오전 7시 56분께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건물 오른쪽 5번 게이트 천장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발생 1시간 여 만인 오전 9시 11분 초기 진화에 성공했고, 10시쯤 완전히 진화했다.
빠른 화재 진압·병원내 소방시설도 정상 작동
이날 화재는 밀양 세종병원 참사와는 달리 소방당국의 대응·병원의 화재 대비 매뉴얼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인명 피해를 막았다.
우선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10여분 만인 오전 8시 11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당시 소방력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관 270명이 투입됐고, 80대에 달하는 소방차량도 긴급 출동했다.
병원의 대응도 빨랐다. 병원 직원들은 매뉴얼에 따라 화재가 발생한 병동 환자들을 반대 병동으로 이동시켰고, 응급실에 있던 환자 31명에 대해서는 퇴원·전원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
밀양 세종병원 참사 당시 부재(不在)했던 스프링클러는 정상 작동했고, 방화문도 내려져 건물 내 유독가스 확산을 막았다.
이렇게 환자·보호자·직원 등 300여 명이 신속히 대피했고, 8명이 연기를 들이마셨으나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부인과 함께 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소방관·의사·간호사 등의 100% 안전한 대처가 주효했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상급종병 포함 서울시 362개 병원 ‘소방특별조사’
하지만 화재가 일어난 곳이 우리나라 ‘Big 5’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였다는 점에서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서울에서 13년 째 살고 있다는 박 모씨(32)는 “세브란스병원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곳인데, 그런 병원에서도 화재가 일어난다면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때때로 이용한다는 유 모씨(35)도 “환자가 많은 병원 특성상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연이어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당국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이달 중으로 서울시내 362개 병원에 대해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세브란스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서울시내 건물용도가 의료시설인 곳, 연면적 400㎡ 이상인 병원들은 ‘화재예방 및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