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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 침대 펴고 당직 서는 교수, 바로 내 얘기”
뇌졸중학회 고민 심화, “인턴 설득 쉽지 않고 24시간 콜 대비 고개젓는 젊은의사들”
의료현장에서 전공의 특별법 시행의 후폭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진료 공백과 인력 수급 난항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학회에서 악순환의 반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1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개최된 대한뇌졸중학회 춘계학술대회 정책심포지엄에서 발표자로 나선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신경과 오형근 교수는 “뇌졸중 치료 전담인력은 이전에도 부족한 상태였는데 응급진료 최전선에 있던 전공의들의 진료공백으로 대체인력이 필요해진 상황에 왔다”며 “요즘 연구실에서 자면서 당직을 서는 교수님들 얘기가 많은데 나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오형근 교수는 “우리 병원은 충청 지역에서 대형 의료기관에 속하는 곳인데도 신경과 전공의를 뽑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턴을 열심히 설득해 봐도 쉽지 않다"며 "특히 24시간 콜을 받아야 하는 점에 난색을 표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진료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며 "뇌졸중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환자는 병원에 도착 후 24시간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지만 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가 없다면 오히려 치료에 실패하는 사례만 늘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지역 의료 인프라 격차에 따라 급성 뇌졸중 환자 치료 접근성에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최소 100개 정도의 인증된 뇌졸중센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 문제 해결 쉽지 않은 과제로 제도적 뒷받침 절실"
학회는 현재 해당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시스템이 갖춰지더라도 인력이 없다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뇌졸중학회 나정호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은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분과 세부전문의 도입 등도 고민해봤지만 자격증보다는 적절한 보상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가가 화두인 것 같다"며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학회 측은 보건당국과 협상 가능한 요구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수주 정책이사(을지대병원 신경과)는 "감염병이나 암 관리처럼 일개 과의 핸들링보다 거버넌스 차원에서 질병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심뇌혈관 중앙센터에 뇌졸중 분야 포션을 키우고 질환 예방에 적극 나서는 전략도 좋다고 생각된다. 정부에서도 중앙센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 관리 중요성과 이에 따른 시스템 구축을 통해 인력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강조된다는 것이다.
배희준 질향상위원장(서울대병원 신경과)은 “국민들은 더 이상 전공의의 단독 결정에 따른 치료행위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여론이 어떤지를 알리고 이를 통해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수련병원이라면 최소 한 명의 전문의와 두 명의 전공의 당직 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진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 의료 질 향상의 차원이라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