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보건복지부가 MRI 검사와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 대해 건 단위 심사가 아닌 경향심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의료계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심사체계개편TFT는 최근 심사체계 개편안 준비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늦어도 내달까지는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각각 심사체계개편TF와 심사체계개편단을 구성, 심사체계 개편 사안을 논의해왔고, 내년 1월 도입을 목표로 건(件) 단위 심사에서 경향심사로 전환하게 된다.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심사체계개편TF팀장)은 “의료계가 걱정하는 것처럼 특정기관이 아닌 전체 의료기관을 살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경향심사로의 전환 방침이 의료계와 사전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데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경향심사로의 전환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는 경향심사로 의료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의료계는 과소진료를 우려한 것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경향심사는 의료인이 심사기준에 맞는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 의료인의 자기개발 동기부여를 제한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며 “획일화된 경향심사체제에서는 다양한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의사의 소신진료가 부당청구나 과잉진료로 분류돼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건 별로 이뤄지던 심사 방식이 경향심사로 바뀌어도 심사기준에 맞는 서비스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심사체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며 복지부 및 의약단체들과 심사기준 개선협의체에 를 구성하고 지난달 회의를 진행했다.
의협은 심사기준 개선협의체의 안건이 ‘심사체계’가 아닌 ‘심사기준’이지만 이번과 같은 일방적인 발표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 심사체계개편특별위원회 이필수 위원장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지난번 간담회에서 심사체계 개편에 대해 정부가 의약단체 등 공급자와 합의를 통해 만든다고 했다. 정부가 심사체계 개편에 대해 사전 안내를 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경향심사 방침을 발표하니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필수 위원장은 “경향심사 전환의 명분은 의사에게 자율성을 주고 일부만 심사한다는 것인데 문재인케어와 맞물려 심사 건수가 많아져 추진되는 면이 있다”며 “하향평준화를 유도하고 의료서비스 질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정실무협의체와 MRI 급여화 관련 협의체에 참여 중인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도 “의정협의에서 경향심사 전환에 대해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정부 발표에 대해 의협 내부적으로 의견 수렴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