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혈압 기준 '130/80㎜Hg' 낮춰···한국은 어떻게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2017.11.16 05:25 댓글쓰기



"새 기준 적용하면 성인 2명 중 1명 해당, 내년 초 가이드라인 발표"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이 개정된 가운데 대한고혈압학회가 신중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내년 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고혈압학회는 15일 서울 삼성동 사무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전했다.


미국 심장학회와 심장병학회는 최근 고혈압 환자 기준을 혈압 '140/90㎜Hg 이상'에서 '130/80㎜Hg 이상'으로 하향 조정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미국의 고혈압 환자는 3100만명이 늘었으며 고혈압 유병률은 31.9%에서 45.6%로 무려 13.7%나 상승하게 됐다.


고혈압학회 조명찬 이사장[사진 右]은 “새 기준에 해당되는 모든 환자가 약물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개정한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혈압 뿐 아니라 환자의 종합적인 위험도를 평가해 조절 목표를 설정토록 권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미국 가이드라인 개정은 개개인의 위험도에 맞춰 치료를 달리해야 한다는 맞춤 진료의 필요성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목표혈압 이상은 무조건 약물 처방을 했지만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환자마다 위험도 상황이 다르므로 생활습관을 본인에 맞게 개선하면서 맞춤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시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한고혈압학회의 2013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라 140/90㎜Hg 이상의 혈압을 고혈압 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하면 650만명이 새롭게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다. 이는 성인 인구 비율의 50.5%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혈압학회 강석민 총무이사는 “성인 두 명 중 한 명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다는 사실은 민감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사회적 파급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고혈압 환자 기준 혈압을 낮춘 의도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강 이사는 “2013년 제정했던 고혈압 가이드라인 역시 환자 개인 맞춤 치료를 목표로 고혈압 전단계를 1기와 2기로 구분했었다”며 “개정된 미국의 가이드라인과 이에 대해서는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이 개정한 가이드라인은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며 “여러 역학 조사나 임상 시험을 통해 기준을 강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혈압학회는 고혈압 기준이 미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하향 조정됐을 경우 사회적 파급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조명찬 이사장은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성인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구가 취업, 보험 가입 등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해 내년 초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며 “미국 외 일본,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해외 고혈압학회와도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고혈압 및 관련 순환기질환으로 발생하는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을 합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약 13조의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미국의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이 우리나라에 고혈압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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