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 세 명 중 한 명은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국내 일반 성인의 정신질환 유병률 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16일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부모 정신적 어려움은 단순히 양육 부담에 그치지 않으며, 가족 내 공유될 수 있는 신경 발달적 특성과 연관돼 있어 가족 중심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 232명과 그들의 부모 46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심리학적 평가를 실시했으며, 부모 정신건강 증상을 파악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연구에 참여한 부모 중 29.1%가 우울증을 비롯해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수면 문제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는 일반 성인 정신건강 유병률(8.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자폐 아동 부모의 스트레스는 아이 행동 문제보다도 부모가 타고난 광의적 자폐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정신건강과 아동의 자폐적 행동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지만 부모의 광의적 자폐 성향 변수를 추가하자 아동의 자폐적 행동 영향력이 상당히 감소했다. 오히려 부모 자폐 성향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높게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이 겪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이 아동의 증상 문제라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결과다.
광의의 자폐적 성향이란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낮은 흥미 및 개인 활동 선호 ▲변화 보다는 일정한 규칙 선호 ▲대화의 맥락 파악이나 사회 적절한 언어 사용 어려움 등 가족 내 공유되는 신경 발달적 특성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언어를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능력인 ‘화용적 의사 소통’ 어려움과 정신건강이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부모는 자폐 아동과의 상호작용에서 비언어적 신호를 이해하거나, 대화 맥락을 다양하게 살피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신건강 유병률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남성 22.8%, 여성 35.3%로 여성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불안과 우울, PTSD 등에서 유병률이 높았고 아버지는 중독에서 유병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스트레스 원인도 성별에 따라 달랐다. 아버지는 아동 공격성이나 충동성 등 외현화 행동에 주로 스트레스를 받은 반면 어머니는 아동의 우울, 정서 조절의 어려움 등 심리적 문제에서 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유희정 교수는 “그동안 자폐스펙트럼 장애 관련 정책과 지원 계획에서 부모 본인 정신건강과 삶의 질은 너무 간과됐다”며 “부모의 심리적 안정은 아동의 정서·행동 발달에 중요한 만큼 자폐스펙트럼 장애 지원 계획은 반드시 가족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자폐 및 발달장애 학술지’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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