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사안 빅5 고발·병원 실태조사 등 의료계 '술렁'
전공의-대학병원 교수 입장차 확연···'의협 비협조적' 비판 제기
2019.01.24 06:3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승원·박다영 기자] 사상 초유로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의 불법의료행위 관련 빅 5병원 고발과 병원별 PA 현황 발표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앞서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를 통해 일명 빅5 병원 중 2곳의 의료진 23명을 고발했다.


이 중 A병원은 혈액내과에서 의사 대신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하고 심장내과에서도 소노그래퍼가 심초음파 검사를 했다는 혐의로, B병원은 외과수술에서의 봉합을 PA가 전담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현재 A병원의 경우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서울송파경찰서로 수사가 이관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상황이며, B병원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조사 중이다.


여기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20일 ‘2018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국의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전공의들 24.5%는 ‘PA가 독립적으로 시행하는 침습적 술기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무려 40.71%가 ‘PA가 독립적으로 약 처방 하는 것을 목격한 적 있다’고 답했다.


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큰 틀에서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수치의 데이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조사를 하게 됐다”며 “대전협 자체의 예산을 활용해 병원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번 데이터가 정책적 대안으로 이어지려면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의제로 올릴 수 있어야 한다”며 “수련환경평가위 및 관련 학회들과 대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병원 교수들 “병원 효율 우선할 수밖에”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대학병원 교수들은 PA의 현실적인 필요성을 인정했다.


고려대의료원 소속 A교수는 "PA가 진료과별로 수가 다르다"며 "고대의료원이 PA 수술 비율이 가장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타 병원에 비해 PA 영역이 넓은 편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고대의료원은 대형병원(단일병원 전공의 500명 이상)에서 전공의들의 PA 집도 수술 목격 경험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의료 현장 곳곳에서 PA가 암암리에 의료인의 역할을 하면서 전공의 수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에 참여한 응답자의 25.7%는 "PA로 인해 교육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수련 전공의가 500명 이상인 한 대형병원 소속 B교수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교육기회가 박탈되는 것이겠지만 교수와 병원 입장에는 효율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런 경험이 없는 전공의보다는 10년~20년 간 같은 일을 반복해 본인보다도 능숙한 PA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PA 술기나 처방이 만연한 현상에 도제식 교육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다른 대형병원의 C교수는 "이전과 달리 전공의특별법 도입 등 현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교수와 전공의 간 도제식 교육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PA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C교수는 "경험 없는 전공의를 가르치려면 교수의 일과 책임이 늘어난다"며 "개인주의적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내 제자'라는 책임이 덜해지다보니 일일이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수 본인보다 반복성이 높고 능숙하게 해내는 PA에게 오더를 내리는 결정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D교수는 "PA가 많아서 전공의들이 수련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공의가 부족한 경우에 병원 내에서 인력 부족으로 PA를 암암리에 활용할 수밖에 없다. PA로 인해 전공의가 교육 기회를 잃는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옳지 않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병의협 “의협, PA 고발 관련 비협조적”
 

이러한 상황에서 PA 관련 대한의사협회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모습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의협이 PA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병의협 관계자는 “PA 관련해 빅5 병원 의료진을 고발했지만 의협과 이에 대해 협조가 이뤄지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사상 초유로 PA 관련해 빅5 병원 의료진을 검찰 고발했지만, 의협이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협은 지난해 11월 근로기준법과 전공의특별법 준수, 무면허의료행위 근절 등의 내용을 담은 준법진료 선언을 했지만, 최근 노동법령 매뉴얼을 배포한 것 이외에 PA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협 무면허의료행위근절 특별위원회 공동 위원장도 맡고 있는 이승우 회장은 “무면허의료행위 관련 매뉴얼도 의협 차원에서 준비 중이지만 어떤 내용이 담겨야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매뉴얼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안건에 따라서 대한의학회, 병원, 전공의들의 입장 차이가 있겠지만 무면허의료행위 근절이라는 의제에는 동의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준법진료 매뉴얼에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하는 작업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준법진료 선언 이후 노동법령 매뉴얼을 배포했고 무면허의료행위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작업은 하루 아침에 되지 않고 최대집 회장이 밝혔듯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 무면허의료행위를 현장에서 뿌리뽑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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