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응급의료센터, 정체성 모호…'독립성' 급부상
관련법 개정 통해 근거 확보…보건복지부 결단여부 주목
2022.11.28 11:55 댓글쓰기

대한민국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임에도 20년 넘게 ‘더부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독립 문제가 이태원 사태를 계기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 중이지만 ‘위탁’이라는 족쇄에 묶여 소속 병원 ‘눈치’를 보며 운영해야 하는 기형적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체계 실무를 총괄하고 효율적인 응급의료 자원 관리 및 운영을 기치로 지난 2000년 발족했다.


재난상황에서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하고 의료 대응을 통합 및 조정하며, 응급환자가 적절한 장비와 인력이 있는 곳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 간 전원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정보망 구축 △응급의료 통계조사 △응급의료 종사자 교육 △해외 재난 의료지원 △닥터헬기 등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모든 사항을 관장한다.


당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위탁했고, 22년째 그 구조가 유지 중이다.


문제는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면서 여러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에 편제돼 있지만 직제는 국립중앙의료원에 포함돼 있는 탓에 2명의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형국이다.


특히 4000억원대 막대한 응급의료기금 운용을 놓고 국립중앙의료원과 소모적 갈등이 지속되는 등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본연의 역할 수행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국가 응급의료 정책을 담당함에도 국립중앙의료원 소속으로 묶여 있는 모호한 정체성 탓에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故 윤한덕 센터장과 그 후임이었던 前 문성우 센터장 등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을 간절하게 희망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 정치계, 학계에서도 꾸준하게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을 제언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김현 교수는 금년 7월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 전문성과 독립성을 주장했다.


그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제조건은 독립성과 전문성이다. 행정체계 단순화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소속에서 별도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학교실 허윤정 교수 역시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 소속인 이중적 지위 문제를 해결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응급의료센터 역할과 임무는 막중하다”며 “법 개정을 통해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불분명한 업무범위와 이중적 소속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2년째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기관 위치로 업무 효율성 저하

의학계 "중앙응급의료관리원 독립" 제안

위탁기관 교체 카드도 검토 가능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 9월 국회에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산하에 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별도로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응급의료 관련 정책을 수행하고 전국에 있는 응급의료기관을 평가·관리·감독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인 중앙응급의료관리원(가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는 2011년 주승용 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보다 효율적인 응급의료체계 운영을 위해 ‘한국응급의료관리원’ 설립을 제안했지만 최종 입법에는 실패했다.


제21대 국회에서도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지금처럼 위탁 운영이 아닌 보건복지부가 직접 설립, 운영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됐고, 별다른 이견 없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22일부터 ‘복지부장관은 종합병원 중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할 수 있다’에서 ‘복지부장관은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설치ㆍ운영할 수 있다’로 개정된다.


즉,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독립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결단을 내릴 차례다.


일단 응급과 재난의 컨트럴타워로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한국중앙응급의료관리원’으로 승격하는 방식을 염두할 수 있다.


과거 질병관리본부와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예하에 ‘중앙응급의료본부’ 등의 형태로 직접 편제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러한 방식이 당장 힘들다면 위탁 병원 교체 카드도 있다. 


그동안 중앙응급의료센터 운영에 있어 국립중앙의료원 역할 부재 논란이 지속돼 온 만큼 이제 다른 위탁 주체를 물색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독립을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제 반드시 그 숙원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무부처인 복지부 의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온 만큼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중앙응급의료센터 정체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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