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사태로 부산 지역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면서, 부산권역심뇌혈관센터의 급성 뇌졸중 치료 체계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 수용률이 낮아지고 이송 시간이 길어졌으며, 병원 도착 후 받아야 할 응급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환자도 크게 늘었다.
동아대병원 부산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연구팀은 최근 보건행정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전공의 부재로 인해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내 단계 모두에서 급성 뇌졸중 치료과정에 유의미한 악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전공의가 정상 근무했던 2023년 같은 기간과 전공의 부재 기간인 2024년을 비교했다.
연구 대상은 부산권역심뇌혈관센터로 이송된 급성 뇌졸중 의심 환자와 진단받은 환자들이며, 연구기간에 총 233명의 환자가 핫라인을 통해 이송 문의됐다. 이 중 전공의 부재 기간에 환자 문의는 144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89명에 비해 약 61.7% 증가했다.
"전공의 부재 기간 환자 수용률 59.7%, 전년도 같은기간 84.2% 대비 25% 감소"
그러나 실제 환자 수용률은 현저히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전공의 부재 기간 수용률은 59.7%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84.2%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센터에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주요 원인은 센터의 수용 한계였다. 병상 부족 등 의료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환자 수용 불가 비율은 전공의 부재 기간 동안 48.3%였다. 전년도 같은 기간 14.3%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연구팀은 "센터의 응급의료병상 부족, 뇌졸중전문의료진 부족 혹은 시술장비의 부족 등이 주된 이유였다"고 분석했다.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 이송 시간도 전공의 부재 기간에 크게 지연됐다. 핫라인 연락 후 환자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call-to-door time)은 전공의 부재 기간 평균 71.7분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44.2분보다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전공의 없이 맞은 치료 골든타임
병원 내 단계에서도 치료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급성 뇌졸중의 주요 응급치료인 정맥 내 혈전용해술(IVT) 시행률은 전공의 부재 기간 동안 13.1%로, 전년도 같은 기간 25.5%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IVT 치료는 병원 도착 후 60분 이내에 치료를 개시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급성 뇌졸중 진료에서 뇌졸중 전문의가 혼자서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는 것이 쉽지 않아 사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또 다른 주요 응급 치료인 동맥 내 혈전제거술(MT)의 경우는 두 기간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MT 치료 가능 시간이 IVT에 비해 길어 의료진 부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특이한 결과는 환자 사망률이 오히려 전공의 부재 기간 동안 낮아졌다는 점이다. 전공의 부재 기간 사망률은 2%로, 전년도 같은 기간 5.6%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연구팀은 "비록 내원한 급성 뇌졸중 환자의 수는 줄었지만, 입원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인프라 자체는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진 부족 상황에서 병원 전 단계의 문제가 매우 심각했음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전공의 부재로 인한 의료진 부족은 병원 전 단계에서 급성 뇌졸중 환자 수용 및 진료에 큰 영향을 줬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권역심뇌혈관센터의 전문의료진 확충과 시술 장비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진은 효율적인 환자 이송 및 진단 정확도 향상을 위해 119 구급차와 응급의료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과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119 구급차 내 환자상태를 실시간으로 권역심뇌혈관센터에 전송할 수 있는 영상장치를 설치하고, 권역 내 역량 있는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발굴하여 권역심뇌혈관센터와 긴밀히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