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진단 못하고 신장이식술 후 환자 '사망'
법원 '병원 1억1300만원 배상'···'협진의 의견에도 필요검사 미이행'
2021.04.08 12:3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폐암을 진단하지 못한 채 신장이식수술을 실시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8민사부(재판장 심재남)는 인장이식수술을 받은 후 사망한 환자 A씨 유족 측이 수술한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일부 인정, 병원 측이 총 1억1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2016년 말기 신부전이었던 환자 A씨는 투석과 신장이식 상담을 받기 위해 이 사건 병원에 내원했다. 
 
A씨는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신장이식수술을 받기로 결정했고, 그의 배우자가 신장을 기증하기로 했다.
 
이후 A씨는 해당 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입원해 수술 전 MRI, CT, 혈액 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진료를 받으면서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소견이 있어 이에 대한 경과관찰도 받았다.
 
이 중 흉부 X선 검사 결과, A씨는 좌측 폐에 염증성 병변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어진 흉부 CT 검사 결과 좌측 폐하엽 부분에 2cm 크기의 결절이 발견됐다.
 
2개월 뒤 의료진은 A씨 결절이 4cm로 커졌고 흉수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협진을 의뢰받은 호흡기 내과 의료진은 종양의 가능성보다는 기생충 감염 병변의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했다.
 
소견에 따라 의료진은 구충제를 투여했다. 수일 뒤 흉수와 호산구 수치가 감소했음이 확인되자 신장이식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약 2개월 뒤 A씨는 기침 및 팔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이 사건 병원에 다시 내원했다. 검사 결과 A씨는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됐다. 폐암은 흉막, 림프절, 간 등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폐암진단 후 의료진은 4개월간 항암치료를 시행했으나 호전되지 않았고, A씨는 폐암이 확인된지 6개월 뒤에 결국 사망했다.
 
이에 A씨 유족 측은 의료진이 신장이식수술 전 폐암 가능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환자를 사망케 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관찰됐던 결절이 폐암이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살피지 않아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염증성 병변으로 의심을 여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염려해 흉막삼출검사, PET-CT 검사 등 필요한 검사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변호인 측은 “의료진의 과실로 A씨는 조기에 폐암 치료를 받지 못했고, 불필요한 신장이식수술로 폐암이 악화돼 생명이 단축됐다”며 “또한 신장공여를 한 배우자는 한쪽 신장을 잃게 되는 장애를 입었고, 자녀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됐다”며 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 A씨에게 나타는 호산구 증가증 등 증상은 기생충 감염에 의한 염증성 병변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는게 재판부 판단이다.
 
기생충 감염성 병변 소견을 전달한 협진의들이 ‘폐흡층충 항체 여부를 확인하라’고 전달한 점도 들었다. 의료진들은 해당 소견에 대해 별도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통상의 경우 경과관찰을 통해 폐암 여부를 확정할 수 있지만 흉수검사나 PET-CT 등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악성종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또한 신장이식수술이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닌데도 추적관찰 기간 중 폐암을 악화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를 성급하게 투여해 결절이 커지게 했다”며 의료진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A씨 증상이나 검사 결과가 기생충 감염 역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 신기능이 저하된 A씨가 신장이식 수술을 받지 않은 채 폐암 치료를 받았어도 5년 이상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점 등을 고려해 의료진 손해배상 범위를 3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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